[“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기술의 반격”]
AI 없이도 세계 7,000만 명을 움직인 앱이 있습니다. 필터도 없고, 추천 알고리즘도 없고, 인플루언서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이라는 한 순간을 기록하도록 설계된, 너무나 단순한 앱, 바로 BeReal입니다.
한국에서도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정상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Z세대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틱톡보다 훨씬 작은 규모지만, ‘순간의 진정성’이라는 단 하나의 기능으로 전 세계 소셜 미디어 판도를 흔든 앱이기도 합니다.
[“지금 찍어라” - 이 앱의 모든 것은 단 하나의 푸시에서 시작됩니다]
BeReal은 하루 한 번, 알림을 보냅니다.
“Time to BeReal!”
그 순간부터 사용자는 2분 안에 전·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꾸밀 시간도 없고, 필터도 없고, 각도를 잡을 여유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남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능이 아니라, 제약입니다.
1. 사진을 잘 찍을 수 없다
2. 보정을 할 수 없다
3. 결정적인 순간을 연출할 수 없다
이 3가지 결핍이 BeReal의 본질입니다. AI 시대의 기술 대부분은 “더 잘하게 만들기”에 집착합니다. 더 잘 찍고, 더 잘 꾸미고, 더 예쁘게 만들고, 더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그런데 BeReal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잘 찍지 마세요. 그냥 찍으세요.”
이건 UX 설계에 있어서 거의 혁명과 같은 문장입니다.
[의도된 불편함 - 연출할 수 없는 콘텐츠의 가치]
BeReal의 핵심은 ‘의도된 불편함(Designed Imperfection)’입니다. 이 앱은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사진을 예쁘게 찍지 못하게 하고, 멋있는 순간을 기다리지 못하게 하고, 어떤 연출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는 결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UX 관점에서는 매우 정교한 설계입니다. 왜 사람들은 이 불편함에 끌렸을까? BeReal은 사용자의 있는 그대로를 강제합니다. 지금이 회의 중이든, 집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든, 헬스장에 있든, 침대에 누워 있든, 사는 그대로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 그 자연스러움이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신뢰를 줬습니다.
인스타그램의 반대편을 세운 앱, 인스타그램이 보여주고 싶은 삶을 만드는 소셜 이라면 BeReal: 오늘의 현실을 기록하는 소셜입니다. 이 대비 하나만으로도, BeReal은 아주 명확한 포지션을 선점했습니다.
[관계의 깊이”에 집중하는 소셜 UX]
BeReal은 팔로워 숫자가 많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콘텐츠가 추천되지도 않고, 알고리즘이 확산시키지도 않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설계 의도가 있습니다.
1. “양적 관계에서 질적 관계로”
BeReal은 친한 사람만 보이는 폐쇄형 구조입니다. 그래서 기록의 대상이 ‘관계’가 아니라 ‘일상’이 됩니다. 이 구조는 TimeTree, Forest와도 결이 닮아 있습니다.
TimeTree: 일정 공유라는 한 꼭지로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고 Forest: 집중이라는 한 기능으로 자기 리듬을 깨우고 BeReal: 순간 공유라는 한 기능으로 관계의 깊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앱 모두 ‘기능’이 아니라 태도를 설계한 서비스들입니다.
2. “기대하지 않음”이 편안함을 만든다.
인스타그램은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다음을 기대하게 합니다.
✔️ 좋아요가 몇 개 올까?
✔️댓글이 달릴까?
✔️추천탭에 뜰까?
하지만 BeReal에는 기대감을 설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가볍습니다.
[연출이 사라진 순간, 현실 소셜이 시작된다]
BeReal은 사진의 잘 찍힘을 우선하지 않습니다. 사진이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배경이 지저분해도 괜찮습니다. 얼굴이 이상하게 나와도 괜찮습니다. 이 앱은 잘 찍힌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는 모습 자체가 기록되는 경험”을 남깁니다. 이 경험은 일종의 ‘디지털 감정 기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꾸미지 않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 된다]
BeReal은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추천도, 자동 보정도, 알고리즘 분석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7,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았습니다. 이건 기술의 힘이 아니라 UX의 힘입니다.
"AI 중심 시대의 역설"
지금의 앱들은 대부분 AI와 알고리즘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BeReal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지금이 이미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이 메시지는 기술의 시대에서 매우 강력합니다. 왜냐하면 기술이 너무 많은 것을 대신하려는 순간, 사람들은 점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기 때문입니다. BeReal은 그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기술이 아닌 ‘용기’를 디자인한 앱]
BeReal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꾸미지 않은 얼굴을 올리는 용기, 예쁘지 않은 배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용기, 거창하지 않은 오늘을 기록하는 용기, BeReal은 이 용기를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앱입니다.
[마치며 - “당신의 지금은 이미 충분합니다”]
BeReal은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일상은 꾸밀 필요가 있나요?”
이 질문은 Forest의 질문과도 닮아 있습니다.
✔️ Forest: “당신은 지금 어디에 집중하고 있나요?”
✔️ TimeTree: “당신은 누구와 시간을 나누고 있나요?”
✔️ BeReal: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AI와 알고리즘 중심의 세상에서, BeReal 같은 앱들은 기술이 잊어버린 인간의 영역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앱은 말없이 알려줍니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당신만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