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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Mar 18. 2024

생존이라는 희극에 구조조정이라는 비극

< 더 심해지고 있는 생존의 칼바람...>


2022년부터 해외에서 시작된 대퇴사의 브이로그가 유행을 했다면, 2024년 현재는  브이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해고’(layoff), ‘2024 정리해고’(2024 layoffs)로 검색하면 해고를 통보받는 순간을 촬영한 영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 시간 검색어 lay off , layoff 2024로 검색해보기만 해도 굉장히 많은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진행하면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수많은 인원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에 따른 내용들은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과 경영 실패, 실적부진의 이유와 "생존"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우리나라 역시도 2024년 1월부터 대기업, 거대 IT 기업 및 스타트업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었으며 현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생존을 위해 비극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


생존을 위해선 결국 가장 크게 나가는 비용을 줄여야 하고 복지비용 및 기타 잡비를 아무리 줄여도 그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결국 선택은 가장 비용이 큰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그동안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모시기 위해 몸집을 불려 왔던 스타트업들이 특히나 이 "생존"이라는 희극 앞에 가장 먼저 놓이게 되었습니다.


생존이라는 희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필자의 회사도 2번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그 대상 안에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전 인원(필자도 포함) 평가를 통해 남겨질지 그리고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야 할지에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필자의 회사뿐만이 아닌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 기로에 서게 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 아무도 준비하지 않은 구조조정의 비극... >


구조조정의 단계들과 절차가 준비되어 있는 스타트업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망할걸 감안하고 사업을 시작할까요..) 그동안 너무 달콤했던 호황기를 맞았던 스타트업 시장이 이제야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며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여러 내/외부 작용에 의해 경영악화 및 투자 혹한기라는 준비되지 않을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해당 상황에 스타트업기업도 임직원들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비극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스타트업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들의 몫이어야 합니다. "감기는 사전 징후들이 있다. 완벽한 치료제는 없지만 종합감기약이 있는 이유는 감기가 심각하게 발전하기 전에 예방차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라는 이야기들을 지인들이 해주곤 합니다. 표현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겠지만 필자는 해당 비극이 충분히 사전 징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런웨이"를 기반으로 분기, 반기, 1년의 경영계획을 늘 세우고 외부 환경에 대처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내용이 구조조정을 실행했거나 실행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을 비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대표 및 경영진은 투자받은 금액이 있다면 그 빚을 떠안은 채로 이중삼중의 고초를 고려해야만 합니다. 직원은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경영진의 상황을 고려해 줘야 맞습니다. (필자 회사의 대표도 회사의 존속을 위해 개인 대출을 끌어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이 비극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최선의 책임스러운 행동"을 해야만 이 비극을 조금이라도 "인(仁)"에 가깝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비극인데... 인(仁)이요?... >


구조조정 시 흔히들 "철학을 담아라"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습니다. 필자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구조조정은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부분을 끊어내는 행위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생에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통째로 경험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仁)"에 접근방식을 택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몸 담았던 임직원들이 회사리뷰 및 익명게시판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를 험담하는 것이 아니라 인(仁)의 접근방식을 마련하고 실행해야만 합니다.



- 필자가 생각하는 구조조정의 "인(仁)" -


1.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 정보를 틀어막고 쉬쉬 하는 분위기를 경영진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적극적으로

  배려의 자세로 임해야만 합니다. HR담당자들을 통해 기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좋지 않은

  상황을 오히려 부추기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 경영진의 개개인의 면담이 중요합니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1번과 맞물립니다. 직원들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

   데 이런 폐쇄적 정보 차단은 결국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는데 긍정적일 수 없습니다.


3. 경영진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적극지원해 줘야 합니다.

- 위에 언급했듯이 예측이 안되고 내/외부 상황에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탓"을 해서는 안됩니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해당 상황은 내/외부를 떠나서 경영진의 몫입니다. 이해를 끝없이 구하고

  해당 직원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게 적극지원해 줘야 합니다.


4. 인재의 재배치 후 사정이 나아진다면 상여와 원복을 시켜주는 신뢰성에 대해 제안해 보시기 바랍니다.

- 성장동력을 한 곳으로 몰 수 있게 기존하던 일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직무에 재배치를 통해

  한번 더 제시하는 제안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커리어와 원했던 직무가 아니라면 당연히 대부분의 직원은 거

  절하겠지만 회사에 끝까지 투여하여 남고 싶은 직원이라면 추후 나아진 상황에 노고에 대해 상여해 주고 원

  복 시켜주는 피드백까지 동반되야만 합니다. 


5. 희생을 요청했다면 보상안에 대한 부분에 대해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 4번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두로 약속을 하고 이를 파기하는 경우가 특히 스타트업에서 많이 일

  어 나고는 합니다. (필자도 여러 번 당해 봤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희생을 요청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하고 서면화 해줘야 합니다. (검증된 인재를 잃고 인재를 대체할

  사람을 회사가 회복하게 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리셔야 합니다.)


6. 폐업해야 한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M&A를 하시는 게 낫습니다.

- 경영진에게는 버티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지분을 포기해야 하지만 회사와 직원 모두를 살릴 수 있다면

   차라리 필자는 이 방법을 택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구조조정은 1회성으로 회사가 회복을 하기 힘들고 결국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스벨리에 다시 빠진다면 남은 사람들마저 2번 죽이게 되는 최악의 경로를 겪게

   됩니다. 그렇다면 모든 지분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M&A해 줄 수 있는 기업을 찾고 빠르게 진행을 하는 것

   이 모두에게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 비극은 언제 끝나게 될까요?...>


생존의 희극과 구조조정의 비극은 스타트업 업계에는 필연적으로 2024년 말까지는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4Q 내에는 투자시장의 활로가 조금이라도 확보되고 스타트업들의 곡소리에 기반한 긴급정책들과 잘 맞물려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모습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적자가 안 나게 생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것이 맞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버티기 생존"은 결국 끝없는 희극으로 비유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조조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비극까지는 만들지 않게끔 위에 제시해 드린 예시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30분 전에 하루전날 통보하는 이런 형태의 구조조정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벌어지기 전에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니 이 부분의 사전 예방도 미리 돌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마치며


필자 또한 구조조정을 당해봤고, 구조조정을 진행해 봤을 때 미흡했고 미숙했다고 생각하며 늘 이 부분에 대해 인정하며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경영진을 비판하기 위함도 아니거니와 경영진의 입장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도 같이 담고 싶었습니다. 해당 글이 현재의 상황에 직면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미덕임을 지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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