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육아 생활
"잠깐,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정신없이 바빠서 생각지도 못했던 나는 한숨 돌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것저것 하면서도 다윈에 대한 모든 것들을 신경 쓰고 챙기고 돌보는 내 앞에,
같이 놀자고 장난감을 이것저것 다 물어와서는 남편 주변에 장난감 장벽을 쌓아대는 다윈과-
기다리라면서 그저 소파에 반쯤 누워 핸드폰을 보며 낄낄대는 남편 녀석.
더는 못 참겠다!
"응? 뭐가??"
"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윈 아침밥을 챙겨주고, 산책을 나가. 중간에 또 놀아주거나 훈련을 시키고, 저녁때 밥 주고 다시 산책을 나가지. 산책 돌아와서도 에너지 안 풀렸다고 놀아달라고 하면 또 놀아줘야 돼. 훈련이랑 개인기들이랑 이것저것 핸들링도 시켜. 누가?! 내가!!!"
"..."
참다못해 던진 한풀이에 남편 녀석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더니 겸연쩍게 일어나 터그 놀이를 시작하는 남편. 속 모르는 다윈은 그저 신이 났다.
"그렇지만 나도 많이 챙기잖아. 산책 후에 발도 닦이고, 이빨도 닦아 주고- 잘 놀아주고! 원래 양육이라는 게-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더 많이 투입되는 거라고. 그렇지, 다윈?!"
그래, 뭐... 그렇게들 안 도와준다는 다른 개아빠들에 비하면 남편은 그래도 공동의 개육아생활을 하고 있다는 든든함을 줄 때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공동의 팀플레이라 하기엔 나한테만 너무 과도하게 업무가 집중되어 있다구!
"그래, 다시 업무를 나눠 보자."
남편 녀석, 오랜만에 예쁜 소리를 한다.
우리는 다윈의 육아 업무분장을 다시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내가 다윈을 케어하고, 저녁 8시쯤 이후부터는 남편이 육아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오전 산책은 내가, 저녁 산책은 남편이 다윈과 오붓하게 둘이서만 하고, 나는 퇴근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우리의 공동육아 팀워크가 제대로 빛을 발휘해야 한다. 산책은 함께, 놀이 담당은 아빠가, 그리고 간식과 밥 담당은 내가 맡는다. 다윈의 미용은 2주에 한 번 씩 남편의 몫이고, 그 후 목욕은 나의 몫이 되었다.
"그래! 이렇게 해야지! 그래도 아직 내 성에는 안차지만- 잘해 보자!"
다윈 덕분에 남편과 내가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부부로 산다는 것의 묘미(?)란 이런 걸까. 스물, 그 풋내 나고 마냥 어리기만 했던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아직까지도 함께 살 맞대고 살고 있다. 지지고 볶고 툭탁거리고 다시는 안 볼 듯이 싸워대도- 다시 함께 나눌 밥을 차리고, 다윈의 발을 닦이며 마주 보고 웃는다. 어쩌면 이렇게도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있냐는 눈빛에- 이심전심, 제아무리 묵직했던 앙금도 풀어진다.
내가 그러면 그렇지.
개육아에서 퇴근 후, 내 시간을 갖겠다고 해놓고는-
오늘 저녁도 산책하겠다고 나서는 남편과 다윈에게 "같이 가!"를 외치고 만다.
"둘만 오붓하면 안 되지~!!"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해서 딱 좋은 날.
포근한 잔디가 싱그러워서 더 행복한 날.
아니, 사실 모든 날들이 즐겁다.
서로 손 맞잡고 걸어가니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
어서 가자고 앞서서 재촉하는 나의 강아지와 함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