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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Feb 26. 2022

강아지와 노느라 못쓰겠어

산책과 글쓰기 사이에서 갈팡질팡

사역견(使役犬) '잭 러셀 테리어'로 태어난 다윈이의 체력은 사람보다 많이 훌륭하다.


그래서일까, 인간보다 태생적으로 잠을 많이 자야 하지만

반대로 깨어있는 동안 많이(과격하게) 놀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길게 산책하고 낯선 냄새를 많이 맡으며 돌아다 날에는

물을 잔뜩 마시곤 바보처럼 웃곤 하는데, 나와 아내는 그 미소를 마주하는 순간을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쁜 날에는, 녀석이 종일 집에서 쉬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날이면 다윈이는 명백하게 화를 낸다.

멍멍! 와르르르르~ 왈!

작업하는 아내와 내 발밑을 왔다 갔다 하며, 방석과 침대와 의자와 방바닥을 고루 누비다가 버럭 성질을 낸다.


물론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타입은 아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내 무릎 위로 점프해 입술과 귀를 핥으며 나름의 애교를 부리는 것이 시작이고, 그 애교가 통하지 않으면 매트 위를 좌로 우로 돌며 꼬리물기를 하는 것이 다음 순서다.


다윈이와의 저녁 산책은 반려견 그 자신에게도 유익하지만

나에게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저녁을 먹고 꼼짝 마라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던 습관도 조금씩 바뀌었고, 종종 나도 '소화'를 핑계로 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특별히 머리가 복잡한 날, 녀석과 함께 인적 드문 밤의 공원과 운동장을 훠이훠이 걸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것 역시 특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당연코 개와의 산책은 글쓰기보다 즐겁다.

건강에도 좋고, 우연한 만남도 있으며, 특히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나의 게으른 몽뚱이에 아주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기대하는 바, 열심히 글을 쓰고 다윈이와 산책을 나가면 좋겠지만... 일단 산책이 먼저인 거 보니 나는 아직 멀었다. 녀석이 산책을 간절히 원하는 정도만 글쓰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이렇게 투덜거릴 필요도 없을 텐데ㅎ


지난 평일은 일에 치여 녀석과 많이 나가지 못했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 널찍하고 낯선 공원에 방문하여, 새로운 냄새도 잔뜩 맡고 실컷 마킹하게 해 주어야지!


다윈-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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