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무위한 바람은 아주 좋은 새 옷처럼 몸을 감쌌다.
따듯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공기와 조우하며 우리는 무중력 상태가 이런 느낌일까 상상하며 키득거렸다.
홍콩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아주 우연히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의 여행은 기분 좋은 출발을 만났을 뿐이다.
너는 공기가 가벼워 날아갈 거 같다고 말했고, 나는 이 존재감 없는 대기가 문득 무서워 허공에 몇 번 손을 저어 보기도 했다.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산소를 가늠해보려는 멍청한 짓도 했다.
이제는 반환되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인들의 조언과 달리 우리는 지금의 홍콩을 맘껏 즐겼다. 침사추이부터 구룡역까지,
새벽 늦게 돌아다니며 우리가 밤을 잊은 것인지 홍콩에는 원래부터 밤이 없는 것인지 헷갈리는 기분이 좋았다.
왕가위 감독이니 <화양연화>니 <해피투게더>니 하는, 철 지난 이야기도 야시장을 걸으며 떠들었다.
장국영과 홍콩의 명사들이 즐겨 방문했다는 고급 호텔의 에프터눈티세트와 은그릇들은 그 이름만큼 비싸고 호사스러웠다. 다만 홍콩영화를 사랑한 만큼 홍콩이 좋지는 않았다.
미슐랭에 소개되었다는 완탕면과 달달한 에그타르트는 여전히 그립지만 예전의 홍콩만큼은 아니다. 가본 적 없는 옛날의 홍콩을 그리워한다는 말이 우습지만, 만난 적도 없는 이가 가슴을 울리던 숱한 밤들도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 아니던가.
부디 그 바람이 조금만 아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