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했을 너를 돌아보며

by 다윈이야기

너를 처음 만난 날, 대뜸 너에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남자 주인공이 너와 닮았다고.

거침없이 대책 없이 다가오는 자신감,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다는 듯한 여유, 그 자유로운 패기의 청청함.

맹목적으로 성큼성큼 나에게 오는 너에게 겁이 났었다.


가볍게 마음 열고 젖어들었다가, 또 금세 말간 얼굴로 건조한 표정으로 떨쳐버릴 사람.

달뜨는 연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다가오는 그 사람의 무게까지 껴안아 주지 않을-

아이같이 온 마암을 다 하는 진심, 아이처럼 금세 싫증 내는 잔인한 마음.

널 잘 몰랐으니, 어쩌면 무례하게도 던진 말이었다.

너는 미지의 사람에서 수상하기도 한- 호기심 나는 사람이었다.


영화를 본 너는 나에게 감상문을 보냈다.

내가 보는 너의 첫인상에_ 뜨끔 반, 항변 반.

본인이 얼마나 진지한지, 산 신발을 닳고 닳을 때까지 신다가_ 발이 나오면 그때서야 버리는_

얼마나 의리 있는(?) 사람인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가 인생 대사인 사람이라며 펄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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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쿨하게,

'이런 사랑도 있는 거지.'

'이렇게 살아보기도 하는 거지.'

'그래도 또 사랑할 거니까- 다음 사랑이 있으니까.'


너와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은 그랬다.

내가 널 잃었다는 게, 삶에서 네가 사라져 버리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도 모르고.

나를 잃어버리는 건 줄도, 나를 끝장내는 건 줄도 모르고_

나는 참 무뎠었다. 그리고 너무 느렸다.

그때 나는, 철저히 나만을 생각했다. 너를 기다려주고 돌아서 다독일- 그 당연한 마음이 없었다.

끝까지 차갑고 지독하게 굴었다.

너도 참 냉정했지만, 나로 인해서 마음 시렸겠다.


영화의 마지막_

휠체어를 타고 돌아서 가버리는, 버림받은 그녀의 뒷모습보다-

남자 주인공의 울컥하며 질질대는 모습이 더 안쓰럽고 불쌍했다.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삶에서 결국 도망을 쳤고,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사랑을 바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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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남자가 너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나 같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누가 나인지, 넌 정말 어땠는지.

어쩌면 둘 다_ 지지리도 못 난 내 모습이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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