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by 담유작가

고백하자면, 나는 ‘브런치 스토리’가 뭔지도 몰랐다.

그런 내가 재수 한 번 없이 첫 도전에 작가가 됐으니,

누군가에겐 참 재수 없는 존재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쓰고 싶었다.

묵은 감정들을 주변 사람에게 계속 쏟아내기엔,

이제 너무 미안해졌다.

나도 누군가의 감정을 외면한 적 있으니까.


그래서 주저리주저리 써서 저장했다.

그런데 그렇게 쌓인 글들을 보니, 욕심이 생겼다.

연재나 출간보다,

그냥 내 감정들을 쌓아둘 공간이 필요했다.


말하자면, 싸이월드 ‘비밀일기’ 같은 기능.

(아, 자꾸 싸이월드 얘기하는 거 보니… 연식 나온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됐고,

그 안에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글이 다섯 편쯤 되었을 때,

‘작가 신청하기’ 버튼이 눈에 들어왔고

호기심 반, 근자감 반으로 클릭했다.


그리고 이틀 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작가? 내가?


생각해 보면,

내게도 ‘글을 쓸 기회’는 몇 번 있었다.


고등학교 때였는지, 대학교 때였는지 기억은 흐리지만

유명한 작사가 분이 “작사 배워볼래?”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분은 우리 이모 친구였고,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운 좋게 그런 기회를 얻은 거였다.

다른 사람들은 돈을 줘도 못 얻는 기회였지만,

나는 너무 어렸고… 몰랐다.

그냥 걷어찼다.


대학교 4학년 때 또 한 번 기회가 왔다.

과제를 본 교수님이 말했다.

“자네, 시조 써볼 생각은 없는가?”

그 교수님 제자들은 실제로 등단했다.

나는 콧방귀만 뀌었다.

그리고 또 그 기회를 넘겼다.


그런데 그 이후,

내가 글을 멀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조금 달랐다.


또 다른 교수님.

방송 준비한다고 수업을 빼달라고 한 내게 던진 한 말씀.


“대가리에 똥만 들었구먼.”


그날 이후, 나는 진심으로 믿게 됐다.

'나는 글을 쓸 깜냥이 안 된다.'


물론,

‘작가’라는 이름으로 일한 적도 있다.

대학 졸업 후, 한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작가 겸 리포터로 일했다.

소규모 방송국에서는 흔한 멀티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작가’라는 이름만 빌린 역할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하나도 쓸 수 없었다.

기상청 자료, 청취자 사연 정리… 그게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 작가는

누가 준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열어낸 돌파구였다.


왜?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누군가 묻는다.

왜 지금이냐고, 왜 마흔넷이냐고.

글쎄…

20~30대에는 멋진 직업을 갖기 위해 발버둥 쳤다면,

지금은 다 내려놓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어쩌면 이것은

가치의 증명이고,

살아있음의 표현이다.


오늘도 나는 쓴다.


#쓰는삶

#글로숨쉬다

#마음의무게

#감정정리

#기록의힘

이전 10화이번 우물은 나를 위해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