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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코코 Jul 07. 2024

문학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여 흥행한 이야기

문학 작품과 영화 제작은 서로에게 멋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내가 과거에 영화 제작을 경험할 때, 영화 제작의 초기에 제일 먼저 갈망하던 일은 좋은 시나리오를 발굴하거나 개발하는 일이었다. 이런 시나리오 작업이 영화 제작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일이며, 이처럼 영화 제작의 시작은 시나리오의 완성에서 출발한다. 영화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완성되면 주연 배우들이 관심을 표시하고, 부족한 영화 제작 비용을 투자받기도 비교적 쉬워진다. 그런데 반대로 영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좀 부족하면, 배우들도 외면하고 투자사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런 영화 제작 시점에서, 만약 유명 문학 작품을 그대로 옮겨진 시나리오 내용이라면 영화 제작 회사는 대단히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고 이런 소설을 영화로 진행시킬 수 있다면, 영화 흥행의 성공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런데 이런 거래의 실제 상황에서는, 원작을 영화에 가져올 수 있는 제작자의 자금력과 실력이 중요하고, 능력이 약하다고 생각되는 영화감독에게 소설가는 절대로 본인의 작품을 허락하지 않는다. 즉 뛰어난 문학 작품을 영화 시나리오로 옮기는 결정은 작가가 결정권자이며 갑의 위치에서, 내정된 영화감독을 면담하면서 본인의 문학 작품을 이 영화 제작팀에게 맡길 것인지 결정을 고민하게 된다.


내 브런치 스토리 앞의 글에서 말한 안정효 작가님의 작품 '하얀 전쟁'과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정지영 감독이,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장길수 감독이 연출하였다. 이들은 모두 당대의 가장 실력 있는 영화감독이며, 이런 좋은 영화감독에 의해서 작가님의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행운은 작가님에게도 본인의 작품을 대중에게 더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뛰어난 영화감독에 의해서 좋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와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의 작품은 책은 안 읽고 영화로만 보았을 정도로 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이렇듯 유명한 문학 작품과 영화와의 시너지 효과에 관하여, 세계적인 몇 편의 영화 작품들을 중심으로 간단히 내 의견을 하려고 한다.


할리우드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지금까지 2편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1974년의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와 2013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인데,  2편의 영화는 모두 훌륭하게 제작되었고 흥행에서도 모두 성공하였다. 미국의 대단한 문학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특히 이들 영화의 흥행으로 인하여 더 빛나는 작품이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앞으로도 할리우드에서 계속해서 추가로 영화 제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대한 개츠비'라는 문학 작품은 미국의 역사에서 그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영화를 만든 위의 감독들은 위대한 개츠비의 소설 원작에 쓰인 내용들을 거의 그대로 영화로 옮기려는 노력을 보였다. 두 편의 영화 모두 소설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손상 안 시키면서 안정적인 각색을 한 셈이다. 반면에 원작인 문학 작품을 완전히 무시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제작한 유명한 영화 작품들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닥터 지바고'와 '안나 카레니나'라는 러시아 소설을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하면서 소설과는 다른, 완전히 새롭게 시나리오 각색을 만들었고 줄거리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써 내려갔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3편이 제작되었는데, 1954년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와 1997년의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2012년의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이다. 물론 3편 모두 원작 소설과 그 내용면에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


과거 러시아의 출판계에서는 원고료에 관한 독특한 방식이 있었는데, 소설의 글자 수에 따라서 작가에게 지급하는 책의 원고료가 책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원칙이 당연시되었고, 따라서 작가들이 원고료를 많이 받으려고 책의 분량을 끝없이 늘어지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러시아에서는  원고료를 더 받기 위해서 대부분 러시아 작가는 작품의 이야기를 일부러 길게 만드는 작업을 하던 부득이한 풍조와 습성 때문에,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들과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여러 문학 작품, '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작품도 모두 여러 권의 책으로 나누어서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책의 분량이 억지로 늘어나면서 내용도 매우 복잡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면은, 작가는 그 당시 러시아가 처한 상황을 책 속에 비교적  상세하게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 러시아에서 쓰인 긴 소설의 내용 전체를 한 편의 영화 속에 모두 넣어서, 충실하게 제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나의 영화 제작 시절로 돌아가서 곰곰이 이 문제에 관하여 생각해 보면, 이런 러시아의 소설들을 영화로 옮기는 일에서 겪어야만 하는 영화 제작의 고충이 눈앞에 선하게 보일 정도로, 나는 충분히 제작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안나 카레니나의 3개 영화 작품과 닥터 지바고의 영화 작품을 제작에 들어가면서, 영화 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은 부득이 이들 소설의 전체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영화제작을 시도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나는 위의 소설들을 여러 번 읽었고 영화도 모두 보고 느낀 점은, 영화 '닥터 지바고'는 원작 소설의 작품성과 비교하여  영화가 훨씬 더 견고하게 잘 만든 작품이고, 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모두 원작 소설 작품에 훨씬 못 미치는 영화 작품의 결과를 낳았다. 즉 닥터 지바고는 비록 노벨문학상을 받았을지라도, 만약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지 않았다면 고요히 묻혔을 정도로 이 책은 독자가 읽기에 복잡하고 난해하다. 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원래 러시아의 시인인데, 그가 평생 단 한 편 유일하게 쓴 소설이 바로 '닥터 지바고' 장편 소설이다. 그는 이처럼 소설가로서는 경험이 부족한 작가였다. 하지만 그가 이 책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 이유는, 작가의 시선으로 러시아의 굴곡진 현실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서민들이 겪어야만 했던 불우한 일상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그 속에서 정치가 어떻게 행해졌는지 작가적 시선으로 선명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면에 인류 역사상 최고 1등이라는 그레이드가 매겨진 탁월한 문학작품인 '안나 카레니나'는 대문호 천재 톨스토이의 역작이며, 이런 엄청난 문학 작품의 내용을 모두 담아서 영화감독이 영화 한 편 속에서 잘 그려내기에는 원래부터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혹시 앞으로도 안나 카레니나가 더 새로운 영화로 제작되더라도 소설 원작을 뛰어넘는 성공은 아마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나는 예상한다. 그 정도로 톨스토이의 문학작품은 방대하면서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명작이다. 실로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보물이 아니라 인류가 지닌 가치 있는 보배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이다. 반면에 닥터지바고를 원작으로 새로운 감독이 영화제작을 시도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1978년의 오마 샤리프 주연 영화가, 소설 원작에 비하여 훨씬 더 잘 제작되었고 대단한 흥행을 했었기에, 앞으로도 다른 감독들이 추가로 영화를 제작해도 '데이비드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 영화를 뛰어넘기가 힘들다는 결론이 이미 미국의 영화계에서 내려졌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그 당시 가장 빼어난 할리우드 대표 감독이었고, 그가 이 영화를 감독했기에 흥행에 성공하면서 '닥터 지바고'라는 문학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결적적인 계기가 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소설 닥터 지바고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지만, 다른 여러 노벨 문학상의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별로 눈에 안 띄는 작품이었다. 이처럼 조용히 지내던 소설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어 갑자기 세계적으로 크게 알려지는 사례는 여러 편이 있다. 그런 특이하고 대표적인 예는 '모옌'의 '붉은 수수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모옌의 '붉은 수수밭'은 '장예모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서, 세상에 알린 탁월한 작품이다. 지금은 장예모 감독이라고 하면, 워낙 유명한 영화감독이라서 더 설명이 필요 없지만, 1987년에 개봉한 붉은 수수밭은 바로 장예모 감독의 데뷔작이다. 또한 여주인공 배우 '공리'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인들 마저도 많이 몰랐던 모옌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장예모 감독이 찾아내어 영화 제목을 '붉은 수수밭'으로 만들고,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흥행에 대단히 성공한 영화이다. 물론 모옌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제작하여 개봉한 '붉은 수수밭'은 각각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이 붉은 수수밭 영화는 장예모 감독의 뛰어난 안목으로 원작을 찾아내어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영화가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거꾸로 영화 원작인 모옌의 소설 작품이 그 이후에 여러 독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영화 제목에 따라서 영화 흥행 이후에는 모옌 작가의 소설 제목도 '붉은 수수밭'으로 바뀌어서 나오기 시작한다. 모옌은 이 작품을 통하여 일본 치하의 시골 지역에서 중국인들이 겪었던 어두운 삶과 일본의 억압에 저항하는 중국인들의 험난한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 소설은 이렇게 장예모의 영화로 제작되어 세상에 알려지고 더 빛이 난 작품이다. 심지어 영화로 상영된 이후에 결국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장예모 감독의 이 영화 제작은 모옌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1등 공신이 된 셈이다.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모옌 작가는 중국에서 평범한 소설가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붉은 수수밭은 영화도 대단하지만 소설도 매우 뛰어난 작품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특히 영화감독 장예모와 함께 주인공 여배우 '공리'에 의해서 이 영화가 더 성공을 거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모옌이 '붉은 수수밭을 쓴 장본인이지만, 아직 조용히 있던 모옌의 이 작품을 알아보고 세상에 알린 장예모 감독의 뛰어난 안목과 그의 천재성은 결국 모국인 중국에 노벨문학상을 안기는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 장예모의 영화가 대단하게 흥행에 성공하면서, 거꾸로 영화의 영향력에 의지하여 스웨덴 한림원에서 결국 모옌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긴 사실은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장예모 감독은 중국이 지닌 뛰어난 천재 감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중국을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에서 공자와 맹자와 노자와 순자 등의 고전 철학자들을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모옌과 붉은 수수밭 작품과 장예모와 공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옌 같은 실력 있는 작가와 장예모 같은 천재 영화감독과 공리 같은 훌륭한 배우는 전 세계에 둘러보아도 만나기 쉽지 않은 대단한 인물들이다.


'해리포터의 J.K. 롤링', '미저리와 쇼생크 탈출과 그린 마일의 스티븐 킹', '키스 더 걸의 제임스 패터슨' 등은 소설로도 성공하였고, 이들이 쓴 여러 문학 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되어 엄청난 수익을 거둔 작가들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작가들은 언제나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예를 들면, J.K. 롤링과 스티븐 킹은 그들의 문학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되면서 출판의 성공에 이어서, 더 큰 금액의 영화 수익을 추가로 거두어들이는 성공을 거두었고,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 공장에서 나오는 신규 작품들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이 서로 앞다투어 계약하려고 줄을 서고 있다. 그만큼 영화에서 시나리오의 원작들은 매우 귀한 기초적인 자산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상당히 뛰어난 장예모 같은 천재 감독들이 여러 명이 있다. 봉준호와 박찬욱 등이 그런 감독들이다. 이런 천재 감독들이 지금 한국의 영화를 빛내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들이 지금 한국 어딘가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귀중한 한국의 소설 작품들을 열심히 찾고 있을 것으로 나는 예상한다. 어쩌면 한국의 이런 천재 감독들이 한국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주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지도 모른다고 잠시 상상해 본다. 물론 여기 브런치 스토리에서 혹은 다른 출판사에서, 앞으로 세계에 한국을 빛낼 훌륭한 걸작들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임을 나는 분명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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