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육각형 인간'을 선호하는가

by 카도


'육각형 인간'이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 쓰인 지도 꽤 되었다.


'육각형 인간'은

어디 하나 모자란 데 없이 전부 평균 이상 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이를 테면, 외모-학력-직업-재력-집안-성격 등의 지표에서 말이다.


사실 '육각형'이라는 지표는 축구 게임에서 유래됐다.

축구 게임에는 선수들의 능력치를 숫자로 나타내고 있는데,

여섯 가지 능력치를 주요 능력치로 잡아 육각형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image.png

'슛-드리블-패스-스피드-힘-속도'


요즘은 '육각형 아이돌'이라는 말도 생겼다.

한때 대중은 아이돌의 서사에 매료됐다.
가난한 집안, 눈물겨운 연습생 시절, 뒤늦은 데뷔, 진정성 있는 태도 등
결핍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곧 공감과 감동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이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비주얼은 기본이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네.”
“말도 잘하고 똑똑해. 인성까지 완벽하대.”
거기에 부모님 직업까지 등장하면 금상첨화다.


서사는 사라졌다. 능력의 조합만 남았다.

무대 위 아이돌조차 육각형 인간이 선호되고 있다.


'육각형 아이돌'을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축구판에서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팀은 잉글랜드의 '첼시FC'라는 팀인데,

과거 러시아 구단주 아브라모비치가 부임하면서 이른바 오일머니로

슈퍼스타들을 영입해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그건 마치 정당하지 못한 승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구단이 고액 이적료를 감당하며 선수를 사고,
슈가대디를 찾는 팀은 더 이상 비난받지 않는다.
이제 돈과 실력과 스펙을 다 갖춰야만 살아남는다.


이건 어쩌면 지금의 우리 삶과 닮아 있다.
결핍은 더 이상 서사가 되지 않는다.
완성만이 통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육각형을 그려야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모두가 똑같은 지표를 따라야 하지?

어쩌면 나는 다른 능력치를 가진 인간일지도 모르는데.


외모가 평균 이하여도 유머감각은 뛰어날 수 있고,
돈은 많지 않아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능할 수 있다.
성격이 모나더라도 일머리는 정확할 수 있다.


만약 각자 자신이 잘하는 걸 지표로 삼는다면,
우리 모두는 ‘육각형 인간’일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건 꼭 여섯 가지 항목이 아니고,
육각형일 필요도 없다는 것.

누군가는 별 모양, 누군가는 다각형일 수 있다.


자기만의 도형을 그리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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