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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냥이 Aug 21. 2024

냥글냥글 - 한국에서 고양이 키우기 뭐가 문제인가

과연 우리나라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상황인가

 <과연 우리나라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상황인가?> 



나는 펫샵 분양보다 더 문제인 것은 별 시답잖은 이유로 파양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무거운 일이다. 고양이는 귀여운데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데려왔다가, 아깽이 시절이 지나가고 나면 더 이상 안 귀여우니까 보내야지, 따위로 양해가 될 일이 결코 아니란 소리다.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들은 대다수가 파양묘에 소수의 유기묘와 가정 분양묘가 섞여 있지만, 나는 펫샵에서 분양하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일정 부분 이해한다. 강아지 무료 분양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동물 보호 단체를 통한 분양은 절차가 너무 복잡한 데다가 너무 시간이 길게 걸린다. 우리 키움이와 티나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였기에, 만약 분양 절차가 그토록 길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키움이와 티나의 추정 나이만이라도 제대로 알려주었다면, 나는 수술 와중에 우리 키움이를 그리 허망하게 잃게 되진 않지 않았을까, 무수히 많은 회한과 후회 속에서 그 생각을 곱씹으며 갈 곳 없는 원망을 했더랬다. 


무료 분양 사이트에서도, 나는 캣맘들이 올린 구조글은 패스한다. 구조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빠른 입양, 묻지 마 입양은 절대 안 된다, 사전에 신분증 복사를 받고 분양 계약서를 써야 한다 등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분양하기 전에 심한 경우는 집에 찾아와서 환경이 어떻다는 둥 남의 집을 가타부타 트집 잡고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나는 그런 걸 견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살 집 환경을 사진으로 요구받는 것 정도는 기쁜 마음으로 응해준 바 있다. 아이에게 애정이 있어 그렇구나 싶어서 그것이 힘들거나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선 넘는 행위를 무례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몇몇 경우가 더 문제다. 


구조하여 입양 보내는 건 물론 좋은 일이고 선한 행위다. 하지만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에서의 구조는 솔직히 민폐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 본인이 좋아서 하는 구조를 남의 돈으로 행하는가? 남의 돈으로 하는 봉사와 구조가 과연 진정한 의미의 봉사와 구조인가? 보통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구조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이들까지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힘든 일을 했고, 나는 감당할 능력이 없으니 후원해 주십사 하고, 입금 계좌를 적어놓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아이들 사료, 모래 같은 것까지 후원 품목에 올려놓는 건 솔직히 보기 불편하다. 내가 가난하니까, 내 아이들 밥값, 옷값까지 다 사달라는 것과 뭐가 다르지? 싶달까. 


모든 캣맘, 모든 냥튜버들이 그런 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아이들을 본인 노력으로 건사하고, 예쁘게 키우는 사람도 많다. 내가 말하는 건, 늘 너무 힘든 사정과 아픈 아이들만 올리며 주주장창 후원을 부탁하는 이들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채널은 불편해서 안 보게 되었다.


엇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만난 몇몇 캣맘들은 몇 년의 지나도 기억에 선명할 정도로 싫은 느낌이었는데, 일례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분양 예정자인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를 분양해 갈 때 그간 아이가 먹은 사료값을 요구했고, 그동안 아이들 돌보며 들었던 노력의 대가를 선물로 달라며 무려 받고 싶은 물건을 지정해서 사가지고 오기를 은근히 강요한 적도 있더랬다. 아이의 분양금이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데 요긴하게 쓰이니 후원하시는 건 좋은 일이라는 말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후원은 마음이 우러나서 하는 것 아닌가? 강요받은 후원이 후원인 것일까? 분양자에게 대가를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는 건,  펫샵의 유료 분양과 과연 뭐가 다르단 말인가? 내가 접촉했던 몇몇 이들이 요구했던 후원금과 사례품 같은 선물에 교통비까지 합치면 오십은 훌쩍 넘었고, 불편함의 선을 지나친 것 같아 결국 분양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나도 구조 현장을 보다가, 혹은 사정이 딱한 캣맘 캣대디의 영상을 보다가, 또는 동물 단체들에 간혹 후원금을 보낸다. 많을 땐 백만 원 넘게 보낼 때도 있었다. 세상은 넓고 사정이 딱한 냥이들은 많아서, 그렇게 개인 후원을 하다가 어느 순간 현타가 올 때도 많다. 아마 내가 몇 번인가 딱한 냥이 사정만 보고 캣맘 캣대디의 글에 연락을 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이들의 글에 눈길을 주지 않게 된 건 그 현타와 맞물린 탓이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묻지 마 분양 쪽으로만 문의드려서 아이들을 데려오게 되었다. 묻지 마 입양의 좋은 점은, 키우는 동안 간섭이 없다는 점이랄까. 


내 쪽에서 아이들 소식을 전할 겸 연락을 했을 때 상대방이 반갑게 대응해 주면 종종 연락을 하게 되지만, 간섭이 지나치면 솔직히 힘들다. 간섭의 종류는 다채롭다. 아이의 체중 체형 변화부터, 먹을 거, 간식, 주식, 운동량 체크에, 심지어 몇 달이나 지나서 아이를 돌려달라는 요구까지. 솔직히, 후자는 장난해? 싶었달까.  


평생 책임지겠다고 아이를 데려왔다면, 당연히 나도 묵직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키우고 사랑하며 아낀다. 조금이라도 아플라치면 잠도 못 자고 간호하고, 툭하면 동물병원으로 뛰어가고, 몸에 좋다는 간식, 보조제, 영양제 두루 먹이고, 놀아주고, 안아주고, 교감하고. 내가 키우는 방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탐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내가 열 일곱 마리나 되는 고양이를 다 끌어안고 사는 것 또한 나도 남이 내 기준에 탐탁지 않게 내 새끼를 키우는 걸 참을 수 없기 때문 아닌가.


 보내놓고도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할 양이면 분양 보낼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키우라고 하고 싶다. 워낙 묻지 마 입양을 받아가서 고양이 학대하는 이들도 많아서 불신에 걸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유쾌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저런 시달림과 호구조사를 감당하기 싫어서 펫샵에 가서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한다면, 그걸 과연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를 하지 않았다고 무턱대고 비난할 상황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펫샵은 물론 지금과 같이 경매장 시스템이 고착화된 우리나라에선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할 존재인 건 맞다. 하지만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무료 입양 시스템에 대해서 한 번쯤 진지한 성찰이 들어갔는지 물어보고 싶다. 


하다못해 동물구조 단체를 통해서 입양해도 아이 정보가 거짓 투성이인데, 병이랑 나이를 속여 분양하고, 아픈 걸 제대로 치료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가뜩이나 아프고 힘든 아이를 온갖 검사로 또다시 고통받게 하는 건 과연 온당한가? 나는 우리 키움이랑 티나가 딱했고, 그 아이의 길 위의 고달픈 삶이 마음 아팠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여 데려왔기에 아이의 나이나 병 같은 건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 정도 능력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내가 바란 건 아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접종 상태, 수박 겉핥기식의 혈액 검사로 극구 건강하다고 우기며 시간을 길게 끌 양이었으면, 차라리 일찍 내게 보내 나보고 처음부터 검진하라고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달까. 물론 동물 단체에서도 인력 문제상 모든 아이들의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긴 힘들 테지만, 알면서도 속이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 일곱 마리나 키우는 입장에서, 대다수 입양해서 데려온 내가 한 마디로 결론 내자면, 무료 분양도 결코 쉽진 않았다. 이럴 바에 사고 말지,라는 생각이 수십 번도 뇌리에 번뜩이게 되리라 장담한다. 입양 단체는 오십 번쯤 연락하면 한 번 전화를 받을까 말까에, 전화받아서도 매우 사무적이고 불친절해서 입양문의하면서 죄지은 기분을 느껴야 할 수 있고, 입양처에 올라온 번호와 실제 아이가 있는 곳의 번호와 달라 여러 번 번호를 물어봐서 아이의 행방을 찾아야 할 수도 있고, 여차저차하여 몇 달 걸려 가까스로 한 번 분양받고 적당히 잘 키운다 싶으면, 딱한 사정인 아이들 들어올 때마다 연락받아서 임보 가능하냐 질문받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걸 다 감수하고도, 나는 아이를 여럿 키운다는 이유에서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입양하시라고, 경험담에 기초해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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