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꼭 지구의 지배종이어야만 할까?
최재천 교수님의 <곤충사회>를 읽고 있노라면, 인간 중심의 시선이 조금씩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행로를 적은 자서전의 성격과 과학자이자 생태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얻은 곤충의 세계에 대한 탐구가 섞여있는 교양 과학책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내 머리에 남은 건 개미와 벌레들 같은 사회성이 있는 곤충의 세계에 대한 단발적 지식보다는, 인간 사회의 구조에 대한 의문들이었다.
후반부의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빨리 사라지는 것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대목은 얼핏 과격하게 들리지만, 곧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인간이 지구 생물량의 구조를 거의 뒤바꿔버린 지금, 인류가 줄어드는 것이 생태적으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회복일 수도 있다는 데 나도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생태 관련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던 내 안의 질문들을 다시 되짚어 보았다. 꼭 인류가 지구 전체의 지배종이어야 하는가. 지금의 문명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은 식물의 화학 신호나 동물의 행동을 해독하며 자연의 언어를 번역하려 애쓰고 있지만, 만약 여섯 번째 대멸종 이후 새로운 지성체가 등장한다면 그들 역시 우리가 그러한 것처럼 우리 인류의 문자와 기록을 해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인류 문명은 절대적인 중심이 아니라, 지구의 장대한 역사 속의 한 단면을 스치고 지나갈 뿐인 언어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질병이 발생하면 우리는 구조적 원인을 돌아보기보다 대량 살처분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어버린다. 밀집 사육의 시스템과 유전적 단일성, 거대한 산업 구조가 질병 확산의 조건을 만들었음에도 모든 책임은 말 못 하는 동물에게만 전가된다. 구제역이니 조류 독감이니 동물 관련 질명이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수천, 수백 마리의 생매장 당한 동물들의 고통을 떠올리면 인간 사회가 얼마나 쉽게 생태적 책임을 외부로 밀어내는지 알 수 있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내게 곤충의 사회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 문명이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묻는 책으로 읽혔다. 개미와 벌의 사회는 수천만 년 동안 유지되어 왔지만, 인간 문명은 아직 몇천 년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생태계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단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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