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알티의 삶 2

알티는 칼로 길을 만들어..

by 김단

이어서 써볼게요!


DAY3

서울대 졸업식이 있어서 지원을 나갔어요.

총장님과 각 단과대학장님을 포함한 학사행렬이 들어갈 때 에스코트하는(?) 임무랍니다.


예전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정복 입은 사람들이 칼을 들고 레드카펫 옆에 서있길래


”대학교 입학식인데 군에서 지원을 해주나?“


생각했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알티였던 것.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을지 그때는 정말 꿈에도 몰랐겠죠..?



일찍이 학교에 가서 예도단 복장을 착용하고 칼을 받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칼날이 서있지는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플라스틱은 아니고 쇠였어요. 무거웠어요..


옛날에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플라스틱, 나무 검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묵직함.


저희는 간단한 교육을 받고 바로 체육관으로 내려갔어요.

학군단에서 71동 체육관까지 쭉 걸어내려 갔는데 사람 진짜 많더라구요. 시선 엄청나게 끌고 다녔어요.


하지만 열댓 명이서 2열 종대로 간다면 무서울 게 없습니다. 그냥 계속 걸었네요.


나중에 학군단 다시 올라가면서 측정해 보니 무려 1.5킬로를 걸었어요.


서울대학교 너무 커요.

그 와중에 elevation 74m래요 ㅋㅎㅋㅎㅋㅎㅋㅋ


이 정도면 등산 아닐까 싶어요.



가자마자 졸업식 행사가 시작돼서 바로 칼을 들고 각자 위치에 섰어요.


거기 딱 서서는 부동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움직이려고 해도 빠졌다는 소리 들을까 긴장해서 꼿꼿하게 서있게 된답니다.


자리와 복장과 상황이 사람의 행동을 만든다는 말은 정말로 사실입니다.


주변을 보니까 동기들도 다들 사석에서는 장난기가 있고 흐물흐물해도 다들 늠름하게 서있었어요.


보면서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위기는 칼을 뽑고(발검) 칼을 들고(교차) 팔을 뻗는 순간(칼!)부터 시작됐습니다.


아.. 생각보다 무겁던 것입니다.


심지어 무게중심이 손잡이 쪽이 아니라 칼날의 1/4 쯤 어중간한 지점에 위치했기에 팔이 버텨야 하는 토크는 엄청났습니다.


어깨 근육이 진동했습니다. 하하


어떻게든 붙잡고 있었으나.. 날의 높이가 조금씩 낮아지는 게 보였어요… ㅋㅎㅋㅎㅋㅎㅎㅋㅋㅋ


그래도 지나가시는 총장님, 교수님들의 머리를 때리면 안 됐기에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야기하면서 지나가시는데, 정숙하고 얼른 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 읍읍


그렇게 저희는 학사행렬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칼로 길을 만들었습니다. 한 5분이나 됐을까요. 저는 5시간인 줄 알았습니다.


다들 끝나고 하는 말이.


어깨가 뻐근하다.


얼른 체력단련을 열심히 해서 근력을 키워야겠어요.


샤갈슨.


학군단에서 졸업하는 선배님들도 계셔서 다 같이 사진도 찍었어요.


64기 선배님들 다시 한번 졸업 축하드립니다!


OBC 가셨다가 졸업식이라고 잠깐 오신 듯 보였습니다. 정복차림에 장교모자 쓰고, 또 어떤 분은 군복 입고 오셨어요.


저희는 졸업식 끝날 때 학사행렬 퇴장도 담당해야 했기에 대기했습니다.


중간에 졸업식 기념 인생네컷 부스가 있길래 동기들이랑 사진 찍었어요.


그렇게 졸업식이 끝나고 아까와 동일한 일을 한 번 더했습니다.


제 어깨는 이제 코코넛처럼 부풀고 단단해졌어요.



학군단에 복귀해서 동기와 사진도 찍어주고.

남은 하루를 재밌게 보냈어요.


계속 가만히 서서 칼을 들고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요즘 제 선택이 점점 굳어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밖에서 사람들이 보기에는 학군단이 별로 메리트가 없는 것일 수 있지만, 저도 입단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들어와 보니 이런 사소한 것들이 다 신기한 경험들이고 어떻게 보면 가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남은 나날들도 그런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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