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지내요
연애할 때 전쟁이나 혁명보다 더 단순하고, 대담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나 혁명 때문에 더 죽기 살기로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에는 더이상 전쟁이나 혁명이 없으니 낭만도 기적도 없는 거지요.
너무도 추웠던 12월의 어느 날, 몰아치는 혼란스런 심연 때문에 청계천을 하염없이 걷다가 문득 눈 앞에 나타난.
내 불안한 몸과 마음은 차가운 겨울바람에 한없이 깎여나가는 기분인데, 유유히 빛을 잃지 않는 반딧불처럼 네온사인에 대비되는 나 자신에 오묘했던 날.
그러므로 가요 반딧불의 그 반딧불은 결코 가난하거나 초라하지 않다. 어둠속에서도, 불어오는 바람에도 촛불보다 강하게 빛을 잃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한 인간보다 희망에 대해서 만큼은 강제적이다.
술 맛도 제대로 모르면서 다사다난 했던 올 한해를 견뎌온 나에게 주고 싶은 선물로, 큰 맘먹고 구매한 위스키. 다음 날 숙취가 전혀 없을 거라 그랬는데, 정말로 술 하나도 안 마신 것처럼 멀쩡해서 신기했던 술. 반 정도 마시고 반이 남았는데 아직 한모금도 더 마시지 못 했다. 일상으로 돌아온 현실에 지배되어 버린 몸과 정신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