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는 어릴 적 부터 추석이나 설날만 되면 절을 해야하는 것이 싫었다. 돈을 얻기 위해서 내가 왜 엎드려야 하는 거지? 줄 거면 그냥 서 있는 채로 줘도 될텐데
그렇게 돈 한푼에 머리와 허리를 조아려야 하는 게 싫어서 나는 절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성향은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이 이어져서 지금도 돈 한푼에 자존심 버리고 돈 한푼 얻기 위해 괜한 승부욕을 부리지 않는다.
재미를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돈이나 작은 것들을 걸고 게임하는 것에 내 사회성을 소모시키고 싶지 않다.
나는 거의 말이 없고, 특히나 아쉬운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사랑 앞에서만 빼고)
문제는 그런 내가 남자 앞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어 늘 무너진다는 것이다. 생선을 다 발라주고, 요플레 다 떠먹여주고, 우리 아들 잘 못한 거 없어요, 하는
과도하고 헌신적인 애정을 보이는 엄마처럼 변한다. (우리 엄마도 항상 신기해하는 내 모습)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고, 한 가지 모습만 고정적으로 보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물지만 나는 그게 너무 극과 극이다.
어느 때는 나 자신도 내 스스로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누군가를 사귀고 싶지가 않다.
좀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내가 가진 것을 또 전부 버려버리면서 까지 사랑하게 될까봐 무섭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더 절하기 싫은 예전 모습처럼 꼿꼿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잠그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