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을 위한 시

by yina


노래방을 위한 시


74847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스피커로 음악이 나오면
천장에 현란한 조명은 퍼붓는 눈발처럼
먼지 낀 낡은 벽에 한없이 머뭇거리고

묵은 밤냄새가 베인
오래된 모니터 위로
하나의 슬픈 그림이 흐른다

그러면 나는
조각난 추억이 떠오른다

비 그친 날 포도에 흩어진
하얀 안개꽃같은 가로등 불빛의 잔재
10월의 새빨간 일몰
담배 연기에 취한 바람소리
인적이 드문 거리에
이름모를 술집의 양주 냄새

어느새 한 줄기 시퍼런 정맥으로
영혼처럼 퍼져가는 기계의 슬픈 여음


08 25 2025


주말 장사라서 토 일은 꼭 일해야 하고

주로 월요일에 쉬는데 ᆢ

노래방 가서 술 한잔 하는 게 내 유일한 낙

유흥주점이라 코인 보다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코인 노래방은 싫다

계란말이 싸오고 홀에서 라면 먹을 수 있으니

저녁 값 안 든다 생각하면 사실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내가 낸 시간 보다 사장님이 계속 연장해주셔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사장님 건강히 오래 사세요 인사 드리고 나왔다


밖에서 먹는 술하고 라면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그간 많은 방황이 있었고 바보같이 돈도 좀 낭비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 중

아직은 내가 책임져야할 게 많다는 생각에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기에ᆢ


퇴근인사 대신에 시를 보냈는데 감동이라고 한다

에이 뭘 이정도로 감동이야

난 100번이고 1000번이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헌신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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