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라’—이번 묵상의 첫 번째 유익
아침마다 바울 서신서를 순서대로 묵상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활절을 묵상하다가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이끌려 3주 전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겨울보다 아침 햇살이 빨리 비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을 뜰 수 있었던 것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성경은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지금까지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았습니다. 희미한 기억 저편에서 온갖 선한 동기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더욱 만나고 싶다… 하나님을 더 알고 싶다… 믿는 자의 삶을 살고 싶다… 지혜를 얻고 싶다… 이러한 이유들이 순간순간 저를 성경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성경을 읽는 행위 자체가 어떤 신앙 행위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만으로 만족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성경을 진지하게 묵상하기보다는, 제 안의 욕망—비록 선한 욕망이라 할지라도—에 이끌려, 나 자신을 위한 성경 읽기를 해왔던 것입니다.
최근 바울서신을 묵상하면서, 제 모태신앙적 신앙생활의 습관들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성경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 왔는가?라는 질문이 제 안에서 깊어졌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내 삶에서 선을 행하는 감각들이 되살아나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가? 실제 삶에 유익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이 구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통해 얻은 지혜들이 몸으로 반응하며, 실천하고 싶은 자연스러움으로 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 묵상 가운데 저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첫 번째 말씀의 유익은 “맡겨라”라는 지혜였습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의 절정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심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나님은 “죽음”이라는 죄의 삯을 독생자 예수님을 통해 해결하셨고, 그를 통해 죽음 이후의 영생까지 확증해 주셨습니다. 이런 사랑의 증언들을 읽다 보면, “내 삶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평안한 확신이 밀려옵니다.
선택의 연속으로 가득한 불확실한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맡긴다는 것은 얼마나 큰 안심이 되는지 모릅니다. 이런 ‘맡김’에 대해 묵상하던 중, 실제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운전 중 자전거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고, 경찰까지 부르며 상황이 낯설고 불안했습니다. 그 순간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전문가에게 맡기자 조금씩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때 문득, “아, 전문가에게 맡김으로 내가 얻는 것은 ‘심적 안심’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시는 분께도 이렇게 맡긴다면, 얼마나 불확실한 삶이 평안해질 수 있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평안 속에서 내 마음의 크기는 확장되고, 타인에게 너그러워지며, 나 자신에게만 향했던 시선이 다른 이들을 향하게 되어,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실제적인 변화가 삶 속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성경 읽기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씀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