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는 대화
나는 가끔 오래된 일기를 꺼내 읽는다.
그 속에는 지금의 내가 잊고 지낸 표정과 목소리가 있다.
그 순간 과거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예전 글을 보면 어리숙한 부분이 많다.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흔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안다.
과거의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졌다.
사소한 말에 상처받고 혼자 끙끙 앓았다.
지금 보면 귀엽고 안쓰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 기록이 없었다면 나는 잊어버렸을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의외로 빨리 흐려진다.
글로 남겼기에 그때의 감정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때의 선택은 옳았을까?”라는 물음이다.
나는 그 물음에 지금의 시선으로 대답한다.
이 과정은 마치 시간을 건너는 대화 같다.
과거의 글과 현재의 내가 서로를 확인한다.
그 대화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때로는 과거의 글이 나를 위로한다.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시간을 건너왔음을 깨닫는다.
반대로 과거의 글이 나를 부끄럽게 하기도 한다.
철없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이 성장의 증거이기도 하다.
일기를 쓰며 알게 된 건
시간이 직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와 현재가 글 속에서 나란히 서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배우고 있다.
가끔은 미래의 나를 떠올리며 글을 쓴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을 때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 다리가 없었다면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기록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었다.
어떤 글은 여전히 아픈 기억을 꺼내게 한다.
그러나 그 아픔조차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 용기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록은 쌓이고
다리는 더 단단해진다.
짧은 메모 하나도 지나면 소중한 흔적이 된다.
그 모든 것이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과거의 나는 내게 자주 물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다.
지금의 나는 그 물음에 미소로 답한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안아준다.
그 불안과 두려움이
지금의 토대가 되었음을 안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시절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일기를 쓰며 시간 여행을 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한 자리에서 마주한다.
그 만남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과거의 실수를 볼 때마다 나는 다짐한다.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 다짐은 오늘의 방향을 잡아준다.
때로는 과거의 작은 꿈이
지금의 현실이 되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벅찬 감동이 찾아온다.
꿈이 이어져 현실이 된 다리 위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지금의 기록이 미래의 나에게 건네는 편지가 될 것이다.
그 편지가 또 하나의 다리를 놓아줄 것이다.
결국 기록은 시간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고,
미래의 나로 향하게 한다.
그 다리 위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