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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뚜기 Nov 12. 2023

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엄마

엄마는 늙어가고 있습니다

한 10년쯤 된 것 같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이 히트를 쳤었다. 언니는 책을 좋아해서 베스트셀러는 늘 가지고 있었다.

(책의 어떤 문장이 표절로 시비가 있었던 것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알게 됨)

휴가를 받은 어느 날 언니가 경고를 했었다.

그 책 보면 많이 운다~라고

치매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겪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였는데 진짜 많이 울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되면 어쩌지??


세월이 흘렀다.

엄마는 점점 단기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

아버지랑 같이 지내실 때는 걱정이 되어도 그나마 두 분이 같이 계시니 이 부분의 걱정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아버지로 인한 스트레스로 엄마의 우울감이 걱정이 되긴 했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병원에 입원하고 한 달쯤 지났을까?

엄마가 혼자 계시는 집에 가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를 정도였다.

그냥 마음이 너무 편했다.

무섭고 별로인 아버지가 안 계시니 마음이 너무 편했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가전제품을 잘 다루시지 못하셨다.

잘 나가는 드럼세탁기를 사드렸는데 수십 년 쓰던 통돌이를 치우고 나니 너무 생소하셨는지 몇 번이고 전화가 왔었다.

그러다가 결국 빨래 돌리는 것은 아버지 차지가 되었었다.


엄마는 80세까지 아버지에게 핀잔을 들으며 사셨다.

밥이 질다. 되다. 반찬이 맛이 없다.

엄마는 어느 날부터 밥을 못하시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렇게 믿어지게 하셨다.

결국 밥을 하는 것도 아버지 차지가 되었다.

아버지는 밥을 늘 내가 한다며 자식들에게 큰소리치듯이 이야기했다.

통영시내 모든 사람이 다 알 것 같이 계속 말씀하고 다니셨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시면서 엄마가 살아온 삶의 숨은 부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엄마는 귀가 어두우시다. 그래서 여러 번 말을 해도 단어의 연결 부분이 잘 들리지 않으신다.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야 알아들으신다.

성질이 급하신 아버지는 속이 터진다고 하셨다.

그리고 엄마에게 보청기를 선물로 주셨다. 10년도 훨씬 넘었을 것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소리 지르는 것을 듣기 싫어서 보청기를 빼버린다.

엄마는 그야말로 선택적 경청을 하시게 되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엄마에게 말을 걸기 위해 더 소리를 지르신 것 같다.

그리고, 손지검도 하신 것 같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떠나 산지 30년이 되었으니, 엄마가 어떤 형편으로 사시는지 잘 몰랐다.


아버지는 분명히 집에 안 계신데,

엄마의 모든 행동과 반응은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보청기를 하고 있지 않으면, 엄마는 아무 소리도 거의 못 들으신다.

내가 옆에 살짝 가면 깜짝 놀란다.

그리고, 엄마라고 불러도 놀랜다.

난 그때 알았다.

아버지가 얼마나 엄마를 구박하고 면박하고 소리 지르고 윽박질렀으면,

드라마에서 학대받은 사람이 누군가 손만 올려도 움찔하는 것과 같은 반응이었다.

너무 속이 상했다.

더 속상한 것은 그것이 부당하다는 마음이 엄마에게 없다는 것이다.

아니 있지만, 그래도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속상하다.

  

이렇게 살아오신 엄마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

엄마는 아버지와 살기 위해 발휘하신 놀라운 지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밥을 하면 잔소리하는 아버지 때문에 ‘밥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로 봉기를 들었던 것이다.

성질만 급한 아버지는 그대로 속아 넘어가서 그때부터 밥 담당이 되었던 것이다.


엄마는 요즘도 기억이 안나시는 일이 많다.

정수기 코디가 엄마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났단다.  

그래서 나에게 급히 카톡을 보냈지만 난 바쁜 일을 처리하느라 한참이 지나서 그 메시지를 보았다.

엄마는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셨을까?

엄마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교회 젊은 집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엄마의 전화번호를 이 사람에게 불러주라고 했다고 했다.

성품이 온화하고 귀여우신 우리 엄마에게는 잘 대해 주시는 젊은 교회집사님들이 계신다.

덕분에 나도 마음이 편하다.

엄마는 기억력이 감퇴되어도 여전히 총기는 살아있으시다.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를 모시고 서울로 온다.

자식들을 만나게 하고 아버지 병문안도 가기 위해 모시고 온다.

엄마는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하루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포장해서 휴게소에서 드시게 했다.

엄마는 너무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하셨다.

이게 이름이 뭐고? 어디서 파는 거고?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신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나면 어제 뭔가를 먹었기는 했는데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모르겠다로 일관하신다.


나는 엄마가 서울에 계실 때에는 다리도 불편하고 눈도 어두우시고, 귀도 안 들리는 엄마에게

설거지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는 너무 기뻐하면서 내가 너를 도와줘서 좋구나 하고 도와주신다.

바지에 단추도 달아달라고 한다.

엄마는 기쁘게 이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해 주신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있으라고만 하면 속상해하신다.


침대에 누워계시는 데 깨우지 않으면 12시가 넘어도 그냥 계속 주무신다.

혼자 계시는 엄마가 걱정이다.

요양보호사가 오는 5일간은 그래도 하루 한 끼라도 드실 것이니 다행인데…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닮아도 너무 좋지 않은 것만 닮았다.

성질이 급하고 언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엄마를 윽박지른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를 째려보고는 선택적 경청을 하신다.

그래도 엄마는 나를 사랑하시는 것을 안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엄마의 자식들을 제일 사랑하신다.

그래서 나의 짜증과 성질머리를 다 받아주시는 것이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갈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너무 늙어서 고생하지 말고 편하게 계시다가 가시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모실 수 있을까?


이번에 안 사실은 40년간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시면서 단 한 번도 점심을 사 먹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집저집 다니면서 먹으라고 내놓으면 얻어먹는 것이 다였던 것이다.

엄마는 요즘도 휴지가 걸레가 되고 실이 되도록 쓰고 또 쓰신다.

공중 화장실에서 손 닦는 휴지를 뽑아서 몇 개월을 쓰신다.

요양보호센터장은 엄마를 젊었을 때부터 아시는 분이셨는데

엄마가 젊은 시절에 정말 악착같이 살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백수였으니, 엄마가 우리 3남매를 먹여 살리고 공부시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는 우리를 위해 뼈를 갈아넣으셨다.

그런데도 나는 엄마가 악착같이 살아서 그것이 패턴이 되어 버린 것이 너무 싫다.

이제는 좀 살만 하니 그만 아껴라고 말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엄마는 변할 수 없다.

내가 변해야 한다.


박상미 교수의 가족상담소 책에는 싱글미혼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독박봉양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어머니, 아버지가 내 딸이다. 내 아들이다라고 생각하라고.

점점 어린아이 수준으로 가고 계시는 엄마를 보지만,

내가 어릴 적에 엄마가 사랑하고 보살펴 주시는 던 그 모습을 나는 따라갈 수가 없다.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엄마, 다음 생애에는 내 딸로 태어나세요 “


다행히 나는 생긴 건 엄마를 닮았다.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난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내가 여기 있네~

엄마 닮은 내가 아니라 나를 닮은 엄마, 내 딸 같은 엄마, 사랑합니다.

내 모든 것을 다 받아주시는 엄마! 날마다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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