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드디어 출간계약

by 보니

송구하게도 저희가 출판하기는 어렵다는 피드백을 드립니다.

아쉽지만 이 원고를 저희가 출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드립니다.

출간방향과 형편상 저희 쪽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저희의 방향과 맞지 않아 아쉽지만 이번 작품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쉽게도 함께 책을 펴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4주 후까지 답신이 없을 경우 거절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십 군데 투고 메일을 보냈다. 잘 받았다는 메일과 함께 기다려 달라는 메일이 몇 군데서 왔다.

어렵다, 아쉽다, 힘들다, 이해해 달라 등의 정중한 거절 메일들이 날마다 메일칸에 쌓였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보니 기대와 기세가 같이 한풀 꺾였다.


"기획출판을 생각하신다고요? 요즘 그런 곳 찾기 어려울 걸요."

"작가님, 1쇄가 1000부예요. 1000명의 독자가 있어야 하죠. 요즘 책 잘 안 팔리는 거 아시죠? 300만 원 정도 가져오시면 저희가 250 부담해서 조판 들어갈게요. 300권 정도는 파실 수 있으시죠?"

어리바리 초보인 나는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아 네 네 그렇군요라는 말만 하고 있었다.

그럼 보류해 놓을까요?라는 출판사 측의 말에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작가님! 이 글은 꼭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드디어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메시지가 좋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원고교정 가이드와 출간일정이 적혀있었다.

후루룩 훑어 내려가다가 인세 부분에 눈이 멈췄다.

당최 이게 무슨 말인가?

찬찬히 인공지능으로 보내온 계약서를 꼼꼼히 체크해 보며 작가의 현실을 깨달았다.

챗지피티는 내 계약서가 B+급 정도 된다고 평가했다.

B+급 계약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판이 다 팔린다고 해도 작가인 나에게 돌아오는 인세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알고 보니 작가는 글로 돈 벌어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었다. 책이 다 팔린다는 가정을 해도, 월급 받는 직장인이 금액상으로는 한 10배는 안정적인 것 같았다.


한 달 전에 같은 출판사와 계약한 지인작가와 연락하며 비교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나보다 약간 나은 계약을 보며 나의 기세는 또 푹 꺾였다. 사기충천했던 기세는 뚝 떨어져 바닥에서 간당간당하고 있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생각했다. '그냥 접을까 아니야 후회할 거야. 출판사도 초기 투자가 들어가니 현실적인 계약이 맞긴 하지. 아니야 계약을 바꿀까? 아니지, 그냥 할까?' 생각도 널을 뛰고 있다. 왔다 갔다 진자놀이 하는 것 같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더니.

거절메일이 쏟아질 때는 한 군데라도 되면 좋겠다, 한 사람의 독자라도 내 책을 읽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상당히 겸손한 자세였는데.

계산기 두드리는 내가 속물 같았다.

그래도 궁금한 건 물어봐야지.

출판사에 문의메일을 보내놓고도 메일 보내지 말걸, 아니지 질문하는 건 죄가 아니지..

또 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 했다.


계산을 내려놓았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 걸로 감사하기로 했다.

팔리고 안 팔리고에 따라 받는 돈이 없으니 오히려 편하다.

내가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른 초보작가의 계약을 비교해 보는 짓도 그만두었다.

출간도서 하나 없는 작가에게 출판사가 손 내밀어 준 것도 감사했다.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고 답변을 받으니 그것도 감사했다.


이제 기똥찬 책이 나올 것이다.

완성원고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너무 이뻐서 들춰보지 않을 수 없는 표지로 잘 포장할 것이다.

내 마음이니 내가 잘 고쳐 먹으면 된다. 남의 마음도 아닌 내 마음이니까.

안되고, 못하고, 힘들고, 어려운 생각에 집중할 시간에 뭘 해도 잘 될 거다는 마음으로 추진하는 게 백배 낫다.


예사로 보던 책 표지가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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