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포장 단계

초보작가의 투고 준비

by 보니

표지 그림은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그림을 따라 그려보았습니다.



내 글을 포장하는 과정은 조금 낯부끄럽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기 위해 미용실 원장의 선택으로 헤어, 메이크업, 걸음걸이, 말투까지 싹 교정받는 느낌이다. 겉모양을 이쁘게 꾸미는 모양새다. 초보작가가 수줍지만 내민, 직접 만든 선물보따리다.

내 원고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 몇 가지 작업을 해야 했다. 작가 프로필, 유사도서와의 차이점, 경쟁도서 목록 등을 조사하고 유사도사 출판사의 투고메일을 뒤지는 일까지다. 영업부에서 해야 할 일을 연구팀에서 모조리 다 하는 기분이다.


원고를 첨부할 때는 내 속옷까지 전부 다 보여주는 것 같다. 몇 차례 퇴고를 했지만,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들이 보인다. 막상 고치려 앉으면 문맥상 이걸 굳이 고쳐야 하는지 망설일 때가 더 많다. 우리 아이 팬티는 뭘 입혀서 보내나 하는 고민이다.

어느 유명 출판사는 1년 2500건 정도의 투고가 온단다. 그래서인지 아예 투고플랫폼을 만들어 누구나 투고하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편리한 세상이다. AI가 소설도 쓰는 마당에 뒤늦게 글 쓴다고 애쓰고 있다. 이런 내가 가끔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굳이 굳이 왜 글 쓰겠다고.


작가 프로필은 또 어떤가? 호기롭게 25년의 사역을 내려놓고 나왔는데, 프로필에 ‘현’으로 쓸 말이 없어져 버렸다.

출간 이력 또한 텅텅 비어있다. 초보작가들은 책을 어찌 내라는 말인가? 화려한 경력으로 무장하지는 못하지만, 나의 경험이 녹아있는 ‘전’이라는 말을 그나마 쓸 수 있어 다행이다.


70여 군데 관련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지만, 거절 메일로 답장 온 곳이 여덟 군데다. 기다리라는 메일도 몇 군데 받았지만 설연휴가 끼여서일까 3주가 다 되어 간다.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거절이라 하던데…


남아공 선교사가 안식년으로 한국에 왔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출판사를 소개해 준다. 자신은 선교후원요청서를 100군데나 보냈는데 한 군데도 응답하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나의 보석 같은 글을 알아보는 곳이 있을 거라 했다. 듣는 나는 양쪽 입 끝이 더 축 내려간다.


입맛에 맞는 큰 출판사가 초보인 나를, 유명작가 모시듯 하겠는가. 핀터레스트 그림을 검색하다가 이런 문구를 봤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시작해야 완벽해진다.”


이번 설에 보일러가 고장 났었다. 온수로 샤워도 하고 운동도 할까 해서 연휴에 문 여는 헬스장을 검색했다.

검색만 하다가 가지 않았다.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3일을 버텼다. 헬스장 구경은 사진으로 대체했다.

까치집을 장착했더라도 도전했다면, 지금쯤 성취감으로 차 올라 자랑했을 것이 뻔하다.


출간도 마찬가지다. 초보작가의 서툰 글이라도 일단 문을 두드렸으니 시작된 셈이다. 비록 작가가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할지라도 독자가 책을 보게 하면 성공이다.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을 얻는다면 내 시작은 완벽해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책을 쓰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시길 바랍니다. 50대 싱글여성이 전환기를 맞나 돌파하는 내용을 쓴 신앙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