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팅과 퇴고의 공통점

초보 작가의 멀고 먼 퇴고 여정

by 보니

퀼팅 처음 시작할 때는 바느질이 듬성듬성하다. 퀼팅 바늘을 힘주어 직각으로 천에 꽂아야 한다. 바느질 땀도 일정할수록, 1센티에 3땀 정도가 들어가면 촘촘하고 이쁜 퀼팅이 된다.

문제는 손가락에 힘이 부족할 경우다.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할 천은 두께가 있고, 퀼팅 바늘은 짧고 가늘다. 힘을 주어 천을 야무지게 잡아야 한다. 정확한 자리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울지 않는다. 직각으로 바늘을 힘주어 찔러 넣으고 실을 팽팽하게 당겨야, 짱짱한 바느질로 완성된 퀼팅이 모습을 나타난다.

고되고 단순한 작업이다. 여러 가지 색깔로 자수를 놓을 때는 색을 고를 때 설렌다. 그런데 단순한 작업인 퀼팅은 나에게는 어렵고 재미가 없는 작업이다. 손가락 힘도 세야 하고 바느질도 꼼꼼해야 한다. 그래야, 천과 천이 잘 붙어서 튼튼하고 보기 좋은 작품이 나온다. 미리 그어 놓은 퀼팅 선을 잘못 이어가면 바느질했던 부분을 뜯어서 다시 해야 한다. 다시 뜯는 작업은 처음 작업보다 배나 힘들다. 작은 바늘땀을 찾아서 뜯어야 하기에 눈도 게슴츠레해지고, 어깨도 굽은 어깨가 된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주제를 기획한다. 독자가 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얻어 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책 전체를 관통할만한 주제를 기획한다. 주제 기획이 끝나고 나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목차를 작성한다. 초보작가의 경우, 이 부분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목차작성이 끝나면 초고를 쓴다.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들을 다 쥐어짜서 주제와 관련된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간단히 한 꼭지씩 글을 쓸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숱 많은 내 머리카락이 참 감사했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움켜쥘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보통 하루에 머리카락이 50개에서 100개 정도는 빠진다고 한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잡게 된다.


주제 기획만 2달 정도 걸린 거 같다. 제대로 쓰지 못하고 머리만 쥐어 잡는 날이 보름은 넘었을 것이다. 초고 쓰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외국에 나갈 일도 있었다. 초고는 4개월간 썼다. 다른 이들은 2달 만에 초고를 뚝딱 쓰던데. 그런 사람들이 경이로웠다.

1차 퇴고가 시작되었다. 머리를 쥐어 잡던 나는 다시 나의 원고를 쳐다보며 또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1차 퇴고가 3개월 만에 끝났다.

2차 퇴고를 시작했다. 1차 퇴고 때 뭐 한 거지? 맞춤법만 보았단 말인가? 왜 3개월이나 걸렸는지 의아할 정도로 고치고 다듬어야 할 것이 널렸다. 글이 그사이 내 머리카락처럼 자랐는지, 지저분하며 잘라내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다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드디어 2차 퇴고가 끝났다. 퇴고는 힘들다. 고쳐야 할 것이 자꾸자꾸 보인다. 좀 더 멋지게 고치고 싶다. 그런데 나의 뇌에서 딱딱 딱딱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목에서도 소리가 난다.

마치 퀼팅 같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또 해야 하는구나. 이 단순 작업을. 글 쓴다고 한쪽으로 치워놓았던 퀼팅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1년 전부터 같은 자리에서 나를 삐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빨강머리 앤 퀼팅 작품은 아직 퀼팅 중에 있다.

나와 비슷하게 작품을 시작했던 다른 사람은 벌써 완성되었지만, 유난히 퀼팅이 느린 나는 쳐다만 보고 해야 되는데 말만 마음속에 되뇌고 있다. 눈에서 안 보이게 치워버리면 아예 잊어버릴까 봐, 1년째 안방 의자에 고이 자리 잡고 있다.


퇴고할 때도 마찬가지다. 출력한 내 원고가 책상 한쪽에 있다가 다시 중앙에 왔다가, 다시 쳐다보다가 머리를 쥐어뜯다가. 한 꼭지가 끝나고 다음 꼭지를 읽었다. 아, 여기도 고쳐야 한다. 글이 마음에 안 든다. 내 새끼들인데 내 맘에 안 들면 독자가 어찌 좋아할까.

퀼팅을 뜯어서 다시 하듯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날리고 다시 쓴다. 또 머리를 쥐어 잡고 노트북 앞에서 숱 많은 내 머리에 손을 댄다. 그렇다고 머리카락을 다 뜯어 버리는 무식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이 작업은 도대체 언제 끝이 나려나 싶었다. 2025년은 넘기지 말아야지 했지만, 야속하게도 넘겨버렸다. 2026년 1월, 우리에겐 아직 진짜 설이 있다.

1월에는 끝내야지 마음먹었다 2차 퇴고가 1월 17일에 끝났다. 손대고 싶은 꼭지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일단 2차는 여기까지.

잉태와 출산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아이 만드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한다. 아! 멀고 먼 출간의 길이여.


다시 3차 퇴고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날리고 다듬고 있는 중이다. 함께 시작했던 문우가 출간계약 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몇 권씩 출간하는 작가가 위대해 보인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시간은 물론이고 인생을 갈아 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얼른 끝내고 싶었지만, 육신이 괴롭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째 입술 포진이 자리 잡더니, 포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눈다래끼가 나서 아침에 눈을 못 뜬다. 눈다래끼는 몇십 년 만에 처음인 거 같다.

누가 보면 베스트셀러 작가인 줄 알겠다.

공들인 퀼팅 작품이 완성되면 그 작품을 만지고 보면서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 올해는 중단한 퀼팅도 완성하고 책도 출간하는 뿌듯한 한 해가 될 것이다.

3차 퇴고가 끝나면, 투고의 작업이 남아있긴 하지만, 다듬어 갈수록 독자는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울 거니깐. 1월 30일에 드디어 3차 퇴고가 끝났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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