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속 하기

어떤 일은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by 보니

내가 다니는 교회는 건물이 없다.

그냥 강남의 한 빌딩의 지하를 빌려서 주일과 수요일에만 사용한다.

마치 공유오피스처럼 다른 사역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유튜브 촬영도 하고 강의도 하는 곳이라 장비들이 세팅되어 있다.

여러사람이 함께 쓰다보니, 청소며, 문단속이며 의자 배치 등등 소리가 나온다.




선교단체에서 초반에 사역을 할 때, 늘 장소를 빌려서 사용했다.

내가 처음 신입으로 들어갔을 때는 청소하러 여기에 왔나 싶을 정도였다.

항상 창고처럼 사용하던 곳을 정리해서 강의실로 만들어 사용했었다.

깨끗이 청소해서 세팅하여 쓰고 나면 그 장소를 빌려주신 관계자 분들은 항상 좋아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장소도 생겼고 이곳저곳 빌리지 않아도 되어 감사했다.


처음으로 사역리더를 맡아서 학교를 운영할 때였다.

프로그램의 오프닝, 전반적인 진행, 강사접대, 간사교육 등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오직 그 프로그램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날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마무리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주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지부장이 지난주 토요일에 장소를 사용하고 문단속을 하지 않고 갔다는 피드백을 보냈다.

아뿔싸! 나는 프로그램만 신경 썼지 문단속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수를 인정했지만, 부끄러웠다.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에게라도 문단속에 대해 언급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을 아예 못했던 것이다.

만약에 나의 사무실이었다면, 나의 집이었다면 문단속은 너무 기본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주인정신, 오너십(onwership)등을 들먹이며 헌신을 이야기했던 나는 문단속이라는 가장 기본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진행이나 관계등에만 정신을 쏟았던 것이었다.

거의 10여 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문단속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이때를 떠올린다.


진짜 주인은 문단속을 하는 자이다. 관리자가 자신의 업무이기에 문단속을 한다고도 하지만, 결국 그 일의 주인은 관리자 자신이 되는 것이다.

누가 진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불평만 늘어놓기보다는 좀 더 나은 대안을 내고 실제로 문단속을 마지막까지 남아 체크하는 자가 책임감 있는 자라도 생각한다.


나는 주일 아침에 일찍 그 장소에 간다. 자주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이 주인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문단속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돈을 적게 받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하찮게 보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책임감은 큰 일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작은 일에 대해서도 그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주변에 문단속을 잘하고 뒷마무리를 마지막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가 책임감이 있는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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