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매너
최근 울분이 치솟아 소리를 지른 적이 벌써 두 번이나 된다.
수원에 볼 일이 있어 갔다. 그곳은 주차장이 애매한 곳이다.
빌라이지만 주차장은 집 안쪽에 두 대를 델 수 있는 자리가 있고, 그 앞에 차가 일렬로 2~3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출입구는 딱 차 한 대만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뒤쪽에 있는 차가 차를 빼려면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다 빼주어야 하는 구조이다.
금요일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날이라 항상 차가 많다. 오늘따라 이 집에서 차를 잘 대지 않던 아저씨가 뒤에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 데도 입구에 차를 대어 놓고 있었다. 아침에 차를 집어넣으려고 차주에게 요청을 해서 차를 뒤쪽으로 넣었다. 그 차주는 또 같은 자리인 입구에 차를 대었다.
내가 물었다. 금방 나가실 거냐? 그렇다고 했다. 지금 계속 차가 들어올 거라고 말하니 앞집 주차장을 둘러보며 (앞집 주차장은 이 건물 주차장 옆에 벽이 없이 나란히 있긴 하다.) "뭐 알아서 대겠죠." 하고는 자기 볼일을 보러 가버렸다.
5분 후에 다른 차가 들어오려고 했다. 다행히 앞집 주차장에 차가 없어서 입구에 있던 차를 왼쪽으로 끼고 무사히 후진해서 주차했다. 그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오후 4시가 지나서 다른 분이 먼저 차를 빼려고 했는데, 이 막아놓은 차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차를 빼달라고 전화를 하니, 멀리 있다고 30분쯤 걸린다는 말을 했다. 다행히 급한 일이 없어서 그 사람은 30분을 기다려서 차를 뺄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끼리 웅성웅성했다. 이상한 사람이야. 차를 저렇게 대고 멀리 가 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차가 또 같은 위치에 차를 주차해 놓았다. 이 사실을 내가 차를 빼려고 할 때 발견했다. 그때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도 다른 일정이 있어 서울로 가야 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전화를 해서 차를 빼달라 하니 이 차주의 반응이 너무 황당했다.
아까도 차를 빼달라 해서 갔는데 또 빼달라고 하느냐, 너무 힘들다. 지금 멀리 있다. 알아서 빼라는 것이다.
너무 기가 찼다. 차를 입구에 막아놓고는 알아서 빼라니?
난 그때부터 언성이 높아졌다. 이 차주는 자기 입장만 했다.
차를 이렇게 대 놓고 알아서 빼라니, 그럼 차 키는 어디 있느냐 물었다.
본인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니, 차 키도 본인이 가지고 있어, 차가 나가는 길도 막아서 주차를 해 놓고 무슨 수로 차를 빼라는 말이냐?
견인을 하겠다. 차를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언성을 높여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이 차주는 견인은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차를 빼러 오는 데 몇 분이 걸리느냐고 물으니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나는 30분이나 못 기다린다고 역정을 냈다.
그럼 알아서 빼라고 도돌이표 이야기를 반복했다.
빨리 와서 차를 빼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언성 높여서 통화를 하고 난 뒤라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이 차주 정말 이상하다고 열받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른 방에서 나온 한 사람이 밖으로 나갔다.
순간, 아 옆 건물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던 첫 번째가 바로 이 사람을 태우러 온 차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면 그 차 뒤에 있는 차만 빼면, 내 차가 옆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들었다.
뒤 차 주인에게 부탁해서 차를 옮기고 내 차를 뺄 수 있었다.
화를 낸 탓에 운전을 하면서도 진정이 쉽게 되지 않았다. 심장이 계속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결국엔 내가 알아서 차를 뺀 꼴이 되었다. 언성을 높이지 않고 좀 만 더 차분히 생각해 보면 좋지 않았을까? 건물주인 대표에게 내가 언성을 너무 높여서 민폐가 된 것은 아닐까? 화를 내니 내 에너지가 너무 폭발하여 지쳐버리는 것 같았다. PT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에 산 기도까지 갔는데 절제도 못하고 이게 무슨 꼴이람? 이런 생각까지 가지를 뻗어가고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감정으로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같다.
서울에 도착하니 마음이 찜찜했다.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차주가 와서 별일은 없었냐고 물었다.
차를 잘 정리했고, 이런 경우에 차 키를 맡기고 가면 잘 빼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 차주는 견인한다는 소리를 했다고 기분 나빠했지만, 별 대꾸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너무 격분해서 미안했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운동을 하러 갔지만, 힘을 엉뚱한 데 빼 버려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엔 트레이너에게 어깨 마사지만 받고 왔다. 어깨 마사지도 너무 아팠다. 하루치 운동비가 날아간 것 같았다. 화를 내어서 이래저래 나만 손해가 막심했다.
차를 금방 빼겠다던 그 차주는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다. 상대를 생각했다면 차 키를 맡길 법도 한데 그런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차가 또 들어올 거니 차 키를 우리에게 맡기면 차를 잘 빼겠다고 제안할 법도 했었을 것이다.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상대방만 비난하다 보면 지치기는 매한가지다.
그 차주도 나의 협박성 발언에 (견인하겠다) 기분이 상했고, 나도 그 차주의 몰상식함에 기분이 상했다.
상대를 생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나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상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매사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되면 열받는 순간 나는 전화를 잠시 끊어야 할 것 같다. 잠시만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차분히 생각한 다음 다시 전화를 하는 것이 나은 방법일 듯하다.
앞으로는 나의 입장만 고수하기보다는 해결 방법을 찾고 상대를 생각하는 찐 고수가 되어보리라!
#주차 #분노 #평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