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톡 5>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3)
[My Review MMCCXXXVIII / 문학동네 3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예순일곱 번째 리뷰는 소설보다 더 실감나는 만화역사책 <삼국지톡 5>다. 각설하고, 5권에서는 원소와 공손찬이 엄청난 곡창지대인 기주지역을 두고 일대 격전을 벌이는 계교전투(191)와 반하전투(191~193)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사실 <삼국지연의>만 읽은 독자들은 반동탁연합으로 함께 싸운 원소와 공손찬이 동탁을 완전 제거하기도 전에 서로 반목하고 연합끼리 서로 싸우는지 알 도리가 없다. 왜냐면 '연의'는 이에 대해 아무런 부연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유비가 주인공인 탓에 유비와 동거동락(?)을 하던 공손찬이 원소의 꾐에 빠져 기주를 탐내서 또 다른 연합세력이었던 한복의 뒤를 쳐서 빼앗는 데 이용을 당했다가, 원소에게마저 배신을 당해 공손찬세력이 완전히 궤멸 당하는 정도로만 이해할 뿐이다. 허나 실상은 더 복잡했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톡 5> 관점 포인트 : 반동탁연합군은 관우가 화웅의 목을 따고, 장비가 여포를 궁지로 몰아세우면서 기세를 한껏 올렸다. 하지만 동탁은 이 위기를 '장안천도'라는 절체절명의 만행으로 극복하는데, 뒤늦게 낙양에 입성한 반동탁연합군은 그야말로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총대장 역을 맡았던 원소로서는 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이를 틈타서 기주자사 한복은 동탁의 볼모가 된 헌제를 버리고 새 황제를 추대하는데 바로 유주에 머물고 있던 '유우'를 황제로 추대한 것이다. 낙양을 탈환하고 동탁을 처단하고 헌제를 구해내는데 실패한 원소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었던 '유혹'으로 다가왔다. 왜냐면 원소에게 기댈만한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명문가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서 '총대장' 역을 맡았으나 실질적으로 수많은 제후들을 지휘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이 아직 원소에겐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막강한 군사력과 엄청난 곡창을 갖고 있던 한복의 제안을 원소는 대놓고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한복이 새 황제를 추대하는 것도 명분이 크다고 볼 수는 없었기에 원소는 은밀히 유주자사로 있던 공손찬을 끌어들여 한복을 집어 삼키자고 꼬드긴다. 한편 유주지역에 칩거중이던 '유우'도 황제에 오를 생각이 꿈에도 없었기에 애초에 한복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던 참이고 말이다. 이제 도리어 위기에 빠진 것은 기주자사 한복이었다.
그렇게 원소와 공손찬은 한복을 협공(?)하여 기주지역을 빼앗는데 성공하지만, 애초에 약조한대로 원소가 공손찬에서 '기주의 절반'을 내어주지 않았다. 도리어 원소는 공손찬의 사촌동생인 공손월을 매복공격해서 죽여버리자 공손찬은 원소와 결전을 치루고자 한다. 이 전투가 바로 '계교전투'인데, '연의'만 읽은 독자들은 애초에 원소의 세력이 훨씬 강했고, 공손찬의 세력이 별볼일이 없어서 연패를 거듭하다 최종적으로 원소세력이 낙승을 한 것으로 알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원소가 꽤나 고전한 전투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원소는 이미 한 차례 동탁에게 일가족이 몰살을 당하는 큰 피해를 보았고, 그로 인해 기반세력이 모두 와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우 '간판'만 달고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와중에 한복이 새 황제를 추대하는 것을 '역모'로 내몰아 기주지역을 독차지하면서 겨우 세력확장의 시발점으로 삼은 상태였기 때문에 '백귀(하얀 귀신)'로 불리며 북방전투에서 승승장구하던 공손찬 군대에 비해서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역전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원소의 야망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원소는 명문가 아버지의 핏줄임에는 틀림없지만 여종의 몸에서 태어난 '얼자'였다. 그래서 원씨 집안에서 원소는 겉으로는 '귀공자' 대우를 받았지만, 씨족 내에서는 '천대'를 받고 자란 응어리가 가득한 야심가였다. 그래서 같은 원씨 집안 식구였음에도 '순수혈통'으로 자부심을 가득한 원술과 그토록 반목했던 것이다. 그래서 원소와 원술은 늘 그렇게 으르릉 거렸고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도움을 주기를 미적거렸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원소세력이 공손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것은 사실이었고, 공손찬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단박에 원소를 몰아내고 기주를 차지하려 들었다. 이른바 '실력행사'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주 백성들은 공손찬보다 원소를 택했다. 왜냐면 공손찬이 너무 잔혹무도하다는 평 때문이었다. 공손찬이 '백귀'로 불린 까닭은 북방이민족과의 전투에서 늘 승리했고, 늘 학살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병을 잘 다뤘기에 '백마부대'를 앞세워서 화려한 전공을 세우는 것을 보고 '하얀 귀신'이라 불렀던 것이다. 공손찬이 어찌 이렇게 강한 군대를 갖게 되었을까? 사실 공손찬도 '천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기에 출세를 하기 위해 처절한 싸움터에서 살아남는 법부터 배워야 했었다. 그래서 승기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을 정도로 집요했고, 승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잔혹했다. 이런 두 사람이 결전을 벌인 전투가 바로 '계교전투'였던 것이다.
나가는 글 : 이렇듯 <삼국지톡>은 '연의'에서 놓치고 있는 디테일을 '정사'에서 보충하는 것을 넘어 만화웹툰 형식으로 '사실을 더욱 극화'하고, '인물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역사라고 하는 큰 흐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바로 이 점이 <삼국지톡>이 훌륭한 점이라고 본다. 딴에는 이 때문에 '연의가 주는 맛'을 잃어버리고 아주 색다른 작품이 되었다는 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익숙한 맛'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최근 들어서 우리 나라에서는 '연의'가 '정사'에 비해서 너무 다르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고, 이를 보충해서 '연의'와 '정사'를 비교분석하면서 읽는 독자들도 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좀 더 '실제 역사'와 더 정확한 <삼국지>, 그러면서도 더 재밌는 <삼국지>를 찾는 독자들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실제로 '삼국지 시대'를 연구한 사학자보다 <삼국지연의>에 심취한 독자가 더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변이 나오겠느냔 말이다. 그런 수준 높은 독자들의 입맛을 고려한 <삼국지>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국지톡>처럼 아주 색다른 재미를 주는 책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걱정이 있긴 하다. 이렇게 초반부터 자세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다보면 정말로 <삼국지톡>이 50권을 넘어 100권까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 한권 한권을 읽을 때마다 재미나게 읽고 있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정작 문제는 1년에 1~2권 출간되는 상황이다. 50권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계획을 잡아도 최소 25년이 걸릴텐데...그때쯤이면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ㅠㅠ 제발 조금 더 분발해줬으면 소원이 따로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