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좋아한다.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4대 비극은 너무 무겁고,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5대 희극은 너무 진지하다.
물론 작품성에 있어서야 <로미오와 줄리엣>이 미치지 못할 대작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깊이 고심해야 하는 작품은 읽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만다.
반면에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읽을 땐 어떤가?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가?
사랑해보고 싶지 않은가?
누구라도 사랑이야기를 들으면 설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로미오와 줄리엣>은 논란이 많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위험하다는 둥,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면 안 된다는 둥,
사랑을 하라고 권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어린(?) 사랑은 위험천만하다고 막기에 급급하다.
사랑을 막지는 않겠지만 '훈수'를 두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
사랑은 빠르게 뜨거워지는 것보다 오래 식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정말 사랑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말이다.
사랑에 '정답'이 있는가?
어떻게 사랑을 해야 모범적인 것인가?
이런 사랑이 좋고, 저런 사랑이 낫다는 것은 결국 '결과론'에 불과하다.
그러니 사랑을 해보기 전에는 '그 결과'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불 같은 사랑에 대한 경고성 멘트가 참 많다.
철없는 아이들이 불장난을 저지른 결과
꽃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이른 나이에 주검이 되고 말았다고 말이다.
물론 여기엔 어른들의 잘못이 더 많다.
저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지만 않았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
어른들처럼 조금 더 진중하고, 참고 견디었으면 달콤한 결실을 이룰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사랑'을 참을 수 있는가?
젊은 사랑은 위험하고 늙은 사랑은 안전하다는 보장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늙었다고해서 뜨겁지 않은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알기에 더 뜨겁고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랑에 어설픈 '훈계' 따위는 하지 말길...
사랑은 '당사자'가 가장 전문가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