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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 Aug 06. 2024

산 그리고 삶

오늘은 공휴일이라서 늦잠을 자고 여유로운 오전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날씨도 좋고 아빠의 체력관리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석굴암을 다녀왔다.

어릴 적에 자주 갔던 곳 중에 한곳이다. 뒷동산처럼 쉽게 다녀왔던 곳으로 기억이 남아있는데 오랜만에 올라가보니 가파른 오르막길이 왜이렇게 많게 느껴지는지, 절이 있는 장소까지 도착해서 한숨을 돌리고 난 후 '한시간은 소요되었겠다.'라고 예상을 하고 시간을 확인 하였는데  35-40분만에 도착한 것이였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올라가는 입구에는 '인욕의 길'이라는 펫말이 있다.

그 펫말에는 '절로가는 길,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인욕의 길은 한라산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이 길에서 순례객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더불어 한라산을 오가던 선인들의 자취를 만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참음과 배려의 삶을 새기면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것을 삶과 빗대어 말하기도 하고 삶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마치 명상처럼 산을 타는 것은 마음을 수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명상 어린이 수준이지만 6개월 이상 수련을 하다보니 하루에 10분이라도 명상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에는 마음이 허전하다. 명상은 정신을 한 군데로 집중할 수 있고 몸과 마음이 편안함과 고요함에 머무는 시간이 아주 좋다. 그래서 중독성이 있다. 누군가 강요하지 않아도 계속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오늘 등산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도 산을 타는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괜찮겠구나!'였다.


오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 이제 거의 다 왔겠지, 저기 바위까지 올라가면 절이 보이겠지.' 라며 희망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를 달래며 올라갔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말들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저기 바위까지 올라갔는데도 눈앞에는 더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었다. 막연한 희망과 긍정 후에는 더 큰 좌절과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힘들었지만 계속 올라갔다. 산의 중턱부터는 다른 마음 가짐으로 올라갔다. 어떠한 긍정적인 메시지 또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길을 바라보고 주변의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고 내 볼에서 감각하는 바람의 온기를 느껴보고 그냥 올라갔다. 어떤 판단, 계획을 하지 않고 묵묵하게 걸었다. 이렇게 가다보니 어느순간 도착지점에 와있었다.    


무조건적인 희망과 긍정적인 표현은 나의 추한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가리기 위한 방어적인 표현이다.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내가 좋고 싫음에 대한 선호도가 있을 때 우리는 불편하고 싫은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의 상황을 나의 선호도에 따라서 혹은 개인의 어떤 기준에 의해서 판단해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내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삶은 원래 그런거야.'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모든 것은 편안해진다. 내 눈앞에 놓여진 오르막 길을 묵묵하게 올라가는 것처럼!


오늘 산을 타면서 삶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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