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크다. 아름답고 좋았던 곳들을 너무 대충 보았다. 한 여행지를 떠나며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든 건 오랜만이다. 조금 알만 하면 떠나게 되는 관광지들. 그게 어느 곳이든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지만, 일본의 관서지방의 대표 도시들인 교토나 나라, 오사카는 더 많이, 더 오래 그랬다. 지금이라도 또 가고 싶고, 일정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며칠 묵으며 동네를 알아보고, 사는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은 곳. 꼭 다시 오겠다는 마음의 인사를 두고 다음 장소로 떠난다.
오사카 공항에서 일행들과 헤어졌다. 우리 일행 4명은 나리타로 향하는 국내선을 타기 위해. 1시간 20분쯤 비행 후 도착했다. 공항에서 예약된 호텔까지는 무료 셔틀이 있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제1, 2 청사에서만 탈 수 있단다. 우리가 내린 곳은 제3청사였다. 택시를 타는 것이 제일 편하겠다 싶어 택시 스탠드까지 갔지만 기다리는 택시는 한 대도 없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택시가 들어올 것 같지 않은 상황. 남편이 우버 앱이 있었기에 그게 가능한지 눌러보았다. 바로 연결이 되어 15분 후쯤 우버 택시가 도착했다. 호텔은 공항에서는 멀지 않았지만,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먹거리나 쇼핑 등의 인프라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단체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운영이 될까 싶은 조용하고 구석진 곳.
짐을 풀고 좀 쉬고 나리타산 신쇼지를 가볼 예정이었다. 그러나 4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여 다음날 오전으로 미루어 두었다. 대신, 걸어서 시내 쪽으로 나갔다. 구글 맵에 따르면 도착한 곳이 시내 중심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식당도, 상점도, 심지어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뭔가 잘못 찾아온 것 같기는 한데 물어볼 사림조차 없었다. 4명이 머리를 맞대어 봐도, 네이버 맵에서도 같은 곳을 알려준다. 이렇게 조용한 거리가 시내 중심가? 의문이었지만 물어볼 곳이 없으니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호텔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꽤 오래 걸었던 탓에 약간 시장기도 있었고 호텔 앞에는 식당도 없었으니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가기 로.
나리타 근교에는 장어가 유명하단다. 신년이 되면 많은 참배객들이 오는데 그 사람들이 주 고객이라는 식당. 맛집을 쳤는데 가와토요 장어전문점이 제일 먼저 뜬다. 지나가다 본 간판이 생각났고 일행은 그곳에서 장어덮밥을 먹기로 했다. 우연히 발견한 장어전문점, 가와토요(Kawatoyo). 4시 반 오픈. 첫 손님. 마치 한국어로 된 안내가 있었다. 펼쳐보니, 1910년 창업했다는 곳. 장어 도매상으로 시작하여 그 손맛을 잃지 않고 현재까지 맛을 지켜 오고 있다는 여주인의 자부심. 나리타산 참배객들이 꼭 들리는 맛집. 본점 건물은 한때 료칸으로 사용되었던 일본 전통 가옥으로 1917년 지어진 역사를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곳 이란다. 본점에서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장어를 손질하고 굽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단다. 별관인 우리가 간 곳은 같은 주인이지만 장어 손질을 시연하는 곳은 없었다. 지정된 테이블에 앉아 음식주문을 하려는 데, 메뉴는 일어. 다행히 그림이 있어 이거 저거, 실례를 무릅쓰고 손가락을 가리키며 주문을 넣었다. 종업원은 영어를 못하고 우린 일어를 못하고. 궁하면 통한다지만 생각한 음식이 아니면 어떡하나 했던 걱정은 잠시. 근사한 한상 차림이 준비되어 테이블에 도착. 한국사람들이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는다면 일본 사람들은 장어구이를 먹는단다. 달콤 짭조름하며 부드러운 살의 장어. 옻칠 그릇 안 쌀밥 위에 얹혀 있다. 시장기가 더 돈다. 함께 나온 장어 탕. 튀김과 피클. 숙회 몇 점까지 완벽한 한상이었다. 맥주 한 병을 시켜 나누어 마시며 최상의 대접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 식당 안쪽의 정원은 일본 전통의 모양으로 정결하게 가꾸어져 있다. 싸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대접받는 듯한 한 상. 근래에 먹었던 장어 요리 중 단연 최상이었다. 우연히 만났던 장어 장인의 식당 또한 일본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이른 저녁을 먹고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만개해 길손을 반기는 벚나무 하나 만난다. 환하게 빛나던 봄빛이었던 일본의 봄은 처음 만나는 상춘객에게 인사를 전한다. 꽃눈은 보슬보슬 가슴으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