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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Jul 12. 2024

요코하마의 봄

일본여행 7

남자 일행이 많아 시간 엄수가 안될 것 같다는 우려는 보기 좋게 사라졌다. 정확히 시간을 지켰고 질서 있게 움직였다. 젊은 가이드는 프라이드가 굉장했다. 열심히 설명을 하고 간간히 퀴즈도 내면서 간단한 주전부리를 상으로 주는 쎈스도 발휘한다. 웃음 가득한 버스는 이토 온천 마을의 호텔을 출발해 작은 온천마을인 슈겐지로 향한다.  마을은 작고 소박했지만 가쓰라강을 끼고 걸을 수 있는 단풍나무 숲길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졌다. 작고 빨간 다리가 인상적이었다. 가을에 온다면 단풍색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어 ‘치쿠린노 코미치’라는 대나무 숲길을 만난다. 숲길의 가운데에 만들어진 둥근 대나무 평상에 걸터앉아 여행객의 여유를 부려 본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걷다가 슈겐지 절(Shuzenji-Temple)을 만난다. 고보대사가 807년에 창건한 오랜 역사를 지닌 절은 숲 속에 푹 파 묻혀 고요하다.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오랜만에 우리 일행들만의 한적함을 즐길 수 있었다. 드물게 경내에 신사가 같이 있지 않았다. 인증샷 하나 찍고 발걸음을 옮긴다.

절의 입구에는 작은 매점과 아이스크림 상점이 하나 있다. 여기서 파는 와사비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단다. 가이드가 일행들에게 하나씩 사준다. 아이스크림 위에 살짝 얹은 생와사비. 달콤 쌉싸름 매움을 혓바닥으로 음미하며 바로 앞의 족욕장으로 향한다. 온천 마을답게 무료 족욕장. 제법 따뜻한 물. 한참 발을 담그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전, 피로 해소를 미리 하고 다음 장소로 떠난다.

버스는 다음 행선지인 요코하마(Yokohama)로 향한다. 요코하마는 일본에서 2번째로 큰 도시. 세련되고 깔끔한 고층건물들이 해안을 따라 즐비한 항구. 대도시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명성에 걸맞게 많은 인파들이 산책로에 가득하다. 우린 정박돼 있던 사관생도 훈련용 군함에 올라 배 안을 구경하기로. 흰색의 군함은 푸른 바닷물결과 어울리며 반갑게 낯선 여행객을 반긴다. 경로 우대 입장권을 사고 화살표 방향을 따라간다. 꽤 긴 시간 배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다음 갔던 곳은 요코하마  아카렌카 창고. 일명 붉은 벽돌 창고로 알려진 곳은 쇼핑과 먹거리가 가득한 건물이다. 쇼핑도 먹을 것도 관심이 없었던 우리는 잠시 눈요기로 건물을 돌아 나왔다. 이어지는 곳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야마시다 공원. 알록달록 봄꽃들이 지천이고 여름이면 장미가 만개한단다.


길을 건너면 차이나 타운이 이어진다. 인파에 떠밀려 앞으로 나간다. 작은 가게에서 파는 각종 중국 물건들. 만두는 꼭 사 먹어야 한다는데, 인파 속에서 줄을 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떠밀리듯 거리를 지나고 돌아서 나오는 길은 뒷길을 택했다. 겨우 숨이 쉬어질 것 같다. 일본에서 처음 만난 무질서, 요코하마 차이나 타운이다.

다음 이동 장소는 도쿄 시내의 도쿄 도청 전망대. 45층의 전망대를 올라가기 위해서는 긴 줄은 필수. 1991년에 완공되었다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가운데 매점과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다. “도청 추억의 피아노”라는 이름의 그랜드 피아노가 연주자를 기다리고 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줄 소품을 고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60도 도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 메이지 신 궁, 신주쿠 중앙공원, 도쿄 타워등을 찾았다. 일본풍의 머플러 하나와 엽서 몇 장으로 일본을 기억하기엔 아쉬움이 너무 많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지낼 숙소로 향한다. 요코하마의 봄은 벚꽃을 흩뿌리며 푸른 바다 물결 위로 천천히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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