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맞이 하거나
마지막 배웅을 하거나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by 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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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엔 밤새 바람이 불었다. 윙윙거리는 바람소리와 나뭇가지들 흔들리는 소리에 뒤척이며 쓸데없는 생각들로 선잠이 깼다. 처음 겪는 코로나 상황을 맞으며, 현직에 있었다면 난 어떤 모습일까? 링거와 약들을 챙기고 모니터의 빨갛고 노란 사인들을 쳐다보며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종종걸음을 치고 있거나 어쩌면 호스피스 Hospice 병동에 자원봉사를 나가 있을 것 같다.


호스피스는 내가 중환자실 다음으로 선호했던 병동이다. 가끔 도움을 주러 갈 때가 있었다. ‘죽음 앞의 삶’ 은 그 어느 죽음도 쉽거나 편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그 자리에 함께 함으로써 임종을 맞는 이들이나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죽음은 삶의 연장 선 상의 어느 한 시점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번은 꼭 오는 시간이다.


임종하기 직전 고통 없이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한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환자의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온다. 울고 불고 시끄러운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차분하다. 방은 혼자 있는 독방이고 불은 반조명으로 그리 밝지도 아주 어두운 것도 아닌 부드러운 빛을 준비한다. 실내 온도도 약간 따뜻한 정도로 조절해 두고 꽃도 하나 꽃아 둔다. 환자가 좋아했던 꽃이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닐 땐 그 계절에 맞는 계절 꽃을 꽂아 둔다. 조용한 음악도 틀어 놓는다. 그리고 환자의 자녀나 배우자에게 침상 옆에 앉아서 계속 이야기를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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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일이 있으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추억이 많으면 그 아름다운 기억을 계속하게 한다. 조용한 목소리로 귀에 가까이 대고. 사람이 임종을 할 때,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이 청력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환자가 이야기에 대하여 답은 못하더라도 신체적 반응은 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영화나 연속극에서 보면 “미안해, 사랑해” 하고 말을 하면 임종을 하는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가끔 손을 가만히 쥐기도 한다. 임종 간호 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지인들은 가끔 내게 그런 말을 한다. 중환자실에 오래 근무해서 죽는 것에 초연하겠다고. 그러나 어느 죽음도 쉽지는 않다.


임종 간호를 받으러 온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이승의 마지막 쉬는 곳이라는 생각에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이 보인다. 그리고 말기 암 환자인 경우에는 전신의 고통으로 몸부림치기도 한다. 진통제를 주고 신경 안정제를 투약하며 그들이 가는 길이 편안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랜다. 진정으로 기도하는 마음이 될 수 있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이 세상에 왔다가 마지막 떠나는 길에 조금이라도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떠나는 사람이나 남겨진 사람들이나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엊그제는 사십 년 지기 친구가 이 달의 간호사로 뽑혀 지방 신문에 기사가 났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코로나 사태로 산모가 두려워했으나 내 친구의 미소가 임산부의 불안을 없애 주었고, 따듯함이 온몸으로 느껴져 안심하고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 친구는 나의 중환자실 경험을 부러워했고, 난 친구의 포근함과 여유를 부러워했다. 인생의 시작을 함께 하는 내 친구 같은 간호사도 있지만 죽음을 늘 목전에 두고 있는 호스피스 간호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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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간호사들은 일하는 병동이 어디든 주어진 환경 속에서 맡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환자실 간호사도 있고, 간병인이나 간호 조무원들과 협력하여 빠른 회복을 위해 일하는 일반 병동도 있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신생아 병동도 있고, 또 다른 세계를 맞이하러 이승을 떠나는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호스피스 병동도 있다. 각각의 병동에서 같이 또 따로 주어진 임무를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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