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다스타 Jan 07. 2024

올겨울

나의 추위에 맞서는 작은 투정

내가 사는 동네 캘거리의 2023/24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고 눈이 많이 안 왔다. 아직 겨울의 1/2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1월 초인데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으니 시민들은 좋아하면서도 은근 걱정이 많다. 9월 말부터 눈이 오고 핼러윈데이쯤이면 정말 정말 추워지는 이 동네가 아직 살 만하다 보니 정말 지구가 많이 아프긴 한가보다. 작년 이맘때쯤 사진을 보면 강아지와 산책할 때 머리와 눈썹이 하얗게 세고 완전 중무장을 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두툼한 바지 대신 레깅스 하나만 입고 나가도 견딜 만하니 사람들의 걱정이 이해가 간다.

이렇게 지구를 걱정하던 와중에 친구가 앞으로 2주 간의 날씨를 캡처해서 보내주었다. 다다음주 금요일에 최고 기온이 -28도란다. 최저 기온은 -31도.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이렇게 늦게 추위가 찾아오니 이 추위가 언제 끝날지도 미지수다. 보통은 5월 정도면 눈이 다 녹기는 하지만 올해는 또 모르겠다.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동파방지를 위해 만발을 기울이던데, 난 아직 방법도 모른다. 내 집을 사면 이런 지식도 하나하나 들어가겠지.

누군가 나에게 여름과 겨울 중 어떤 계절이 더 좋으냐고 물어보면 난 항상 겨울이라고 대답했었다. 아마 한국의 찜통더위가 생각나서 그렇게 대답한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로 이민을 오고 난 후부터 같은 질문을 받으면 이젠 여름이라고 대답한다. 겨울 스포츠를 크게 즐기는 편도 아니고 강아지 산책도 번거롭고, 잘못하면 빙판길에 넘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길거리의 붕어빵과 호떡, 계란빵, 델리만쥬,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풀빵을 생각하면 겨울의 그 분위기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캐나다의 겨울은 사실 크리스마스 빼고는 별 볼 일 없기 때문에 (나에겐) 그냥 담요를 덮고 버티는 계절이다. 가끔씩 Banff 나 Canmore 등 록키산맥 주변 도시에 놀러 가는 것도 설레긴 하지만 여름만큼 한 주에 한번 꼴로 놀러 나가진 못하기 때문에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나로선 조금 힘든 계절이다. 캐나다는 겨울이 예쁜 나라 3위로 꼽혔지만 난 올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거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