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상처를 덜 받게 된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내게 어울리는 일과 아닌 일을 구별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스스로를 돌이켜 보면 어릴 때부터 나는 둔감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눈치도 없고 행동도 느리고. 좀 굼뜨고 이상하다는 거였다. 학교에서는 안 그런 것처럼 보이는 데 은근히 예민하다던가. 넌 예상과 다르다. 뭐 이런 이야기를 상반된 자꾸 듣다보면 스스로도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자기 이해가 높아졌냐고 하면 딱히 아닌 것 같다. 다만 조금은 스스로가 특이하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난 특이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고 난 내가 지독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과 만나면서 조금은 결이 다른 것 같다고 느낀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말이다.
물론 나는 나 자신 말고 타인으로 살아간 적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어떤 시선으로 어떤 세계를 보고 사는 지 알 수 없다. 그건 인간으로서 가지는 본질적인 한계니까.
하지만 한 개인으로서 세상을 보면서 가끔은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감정의 파도를 극복하기도 어렵고 가끔은 질리는 게 있다. 사람들을 보면 참 열심히 살고 괴로움도 많고 어려움도 많지만 또 그 사이에서 행복감을 찾고, 아름답고 그런데 그 모든게 지겨운 순간이 있다고 해야 할까.
말로하기는 어렵지만 그 미묘한 순간들에 지침을 느끼는 게 우울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논문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았는데 막상 진행할수록 초라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청나게 새로운 생각 같았는데 이게 사람들이 안 한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왜 그렇게 흥분했지 하는 생각도 들고.
모든 일이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는 나의 한계나 어려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 매번 이런 생각들과 싸우면서 에너지만 흘러나가버리니 다시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그냥 좀 끊어보자 하고 결론을 내렸다.
딱히 오늘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다. 혼란스러운 마음만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의 마음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