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스테이, 마주한 순간
이용백(1966~)은 디지털 기술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한국의 대표 미디어 아티스트다. 몰핑, 인터랙티브 설치, 키네틱 아트 등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이질성과 전복적 힘을 탐구해 왔다.
신라 스테이 입구에 선 〈디지털 명상〉(2019)은 그런 그의 작업 세계가 가장 도시적인 방식으로 응축된 형식이다. 이 작품은 작업실이 있는 판교 현대백화점 앞에도 설치되어 있어, 내게는 유난히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스테인리스 스틸 정사각형 모듈들이 겹겹이 쌓여,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앉은 인간 형상을 이룬다. 가까이 다가가면 신체는 수많은 픽셀 조각으로 분해된 것처럼 보이고, 표면의 반사면 들은 서로의 경계를 흐리며 하나의 디지털 노이즈처럼 출렁인다.
낮 시간, 태양광을 받은 금속 표면은 주변 빌딩과 도로, 행인들의 모습을 산산이 쪼개 반사하며 도시의 혼잡한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반대로 밤이 되면 설치된 LED 조명 아래에서 모듈 사이사이로 부드러운 빛무리가 번져 나와, 차가운 금속의 육체 속에 숨은 온기를 드러낸다.
픽셀화된 육체는 완벽한 반복처럼 보이지만, 모듈 사이 아주 미세한 간격들이 시선을 천천히 빨아들이며 한 사람의 내면으로 침잠시키는 통로가 된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고요한 명상하는 실루엣으로, 가까이서 보면 해체된 데이터 조각으로 보이는 이 양가성 속에서, 현실의 몸과 디지털 이미지 사이를 떠도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겹쳐진다.
판교 작업실 근처에서 매일 마주하던 이 ‘픽셀 인간’이 삼성역에서도 다시 눈에 들어오자, 이제 그것은 단순한 공공조각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되새기는 이정표처럼 느껴진다. 낮의 날카로운 반사면에는 항암 병실에서 마주한 날것의 현실이, 밤의 부드러운 빛무리에는 병원을 나서며 찾아 헤매던 작은 위로가 포개진다. 이용백의 시뮬레이션 미학은 이렇게 완벽한 반복처럼 보이는 모듈들 사이의 미세한 간격에 깃들어 있다. 그 간격이야말로 도시의 과부하된 감각을 잠시 걷어내고, 내 하루에 하얀 여백 한 줄을 끼워 넣는 디지털 한 명상의 자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