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인터뷰
30년 동안 치주과 교육과 진료에 헌신하며 서울대학교치과병원과 함께해 온 치주과 구영 교수가 2025년 8월, 정년을 맞이했다. 구영 교수는 치주과 과장을 비롯해 2019년 제6대 서울대학교치과병원장을 역임하며 병원의 발전을 위해 수많은 일들을 맡아 기여해 왔다. 정년을 앞둔 구영 교수의 발자취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정년을 축하드립니다. 30년 동안 서울대학교치과병원과 함께해 주셨는데요. 정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육, 연구, 진료 그리고 봉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울타리였던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교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해 주세요.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은 창경궁을 바로 옆에 둔 유서 깊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옛 궁궐터에서 배우고 진료한다는 것은 단지 공간의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스스로의 행동을 경계하고, 맡은 일에 더욱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10여 년 전, 병원 입구에 세워진 ‘치과의사 윤리선언’ 석조물 옆에 홍매화 세 그루를 심었습니다. 홍매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나무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연한 선비정신을 상징합니다.
저는 우리 병원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 홍매처럼 곧고 향기롭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향기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치과의사로서의 자세 또한 다시 한 번 다져지길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수십 년의 치주 연구와 진료에 헌신해 오셨습니다. 그 여정 속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치주치료는 안타깝게도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보상이 매우 낮은 진료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외면되기 쉽고, 제대로 시행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 진료마다 교과서적인 치료를 고집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 곁에는 항상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진료실에서 석션을 잡으며 묵묵히 지켜보던 그들의 맑은 눈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눈빛 앞에서 저는 늘 ‘정석대로’ 해야만 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들에게 누가복음의 한 구절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처럼 몸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믿습니다. 대학병원의 진정한 경쟁력은 바로 그 학생들에게 있습니다. 그들이 지켜보는 한,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기억들이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 온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제6대 병원장으로서 환자와 직원 모두가 행복한 치과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오셨습니다. 그 임기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예과 시절 독일어 수업에서 “생산을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이 결합되어야 한다”라는 문장을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만으로, 혹은 노동만으로는 의료서비스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병원이란, 매일 출근하고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곳인 만큼, 구성원 모두가 기꺼이 일하고 싶은 ‘즐거운 일터’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저의 3년 10개월의 재임 기간 대부분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했습니다.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를 받아야 했던 상황 속에서도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은 단 하루도 진료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의료진과 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제게는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함께해 주신 모든 교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교수님의 정년 후 제2의 삶을 응원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의 한문 스승이신 한송 성백효 선생님께서 언젠가 제게 “仁術報國(인술보국)”이라는 휘호를 써 주셨습니다. 인술로 나라에 보답하라는 뜻이지요. 저는 그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인술보국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합니다.
정년 후에는 조금 더 여유 있는 시간 속에서 글을 읽고, 글을 쓰며 지낼 생각입니다. 또한 15년간 지속해 온 몽골 치의학교육 지원 사업 역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비록 교단과 진료실을 떠나지만, 저의 배움과 나눔은 여전히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