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바보 사이(제6화:여고 졸업반)

3회, 순수한 바보

by 이영우

한 번, 두 번, 세 번을 만나도 볼 때마다 너무도 새롭고 사랑스러웠다 맑고 투명하고 하얀 백지 같은 소녀다 우리는 그냥 서로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얘기도 나누고 장래의 희망에 대해서도 꿈을 나눴다


입시를 앞둔 여고졸업반. 조금은 내게 부담이 됐었지만 서로가 너무 좋은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는 주로 근처 대학교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그래도 철저히 귀가 시간만은 지켰다



우리의 만남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만남이 이어지던 어느 날 입시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 온 그날도 대학교 숲이 있는 빈 벤치에 우리는 앉아 있었다



어둑어둑 남의 시선이 크게 의식되지 않는 시간 우리는 곧 헤어져야 한다는 시간이 무척 이도 안타까울 때였다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시선이 마주쳤고 순간 그 소녀와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본능에 이끌렸다



둘의 얼굴은 가까워져 있었고 그녀의 살포시 감은 눈, 나는 깨질 듯 부서질까 그녀의 입술에 조용히 숨결을 넣었다 그녀의 따뜻함이 입술을 통해 전신으로 느껴 온다 곧 우리는 누가 먼저랄 거도 없이 점점 아련함으로 빠져 들었다 세상 이것보다 달콤함이 있으랴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지 신체가 정신을 지배하는지 그저 몽롱했다


나의 말초 신경이 점점 깊어진다 이렇게 달콤할 수가 있을까? 온통 반짝반짝 별들이 내 앞에서 부서져 내린다.................


바로 그때다!

나의 정신이 깨어났는지 정신이 날 깨웠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다닥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소녀는 의아한 놀라가만히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서로가 잠깐의 정적이 이어졌고 나는 정신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때서야 나직이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입시가 코앞인데 내가 널 망칠 것 같아 남자로서의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너의 그 백지 같은 순수한 가슴에
낙서를 하고 있는 나쁜 놈 같아
더 이상 어쩌지 못하겠어...

※ 굉장히 멋있는 표정을 지은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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