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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기 Dec 03. 2022

[독후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송영택 옮김

베르테르 효과 :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


 지인의 부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단어였다. 가장 비극적인 형태로 많은 슬픔을 남긴 채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고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남겨진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유명인사의 소천이 알려지면 늘 그에 수반하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갖는 무서움을 이제야 몸소 느꼈다. 조금 진정이 되고 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읽어야겠다, "는 생각이 든 것도 내게는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고전이 그 이름을 남기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떤 작품 자체에 매료된 사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생기는 것은 그 작품이 보편적 인간에 호소하는 요소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고유하며 강력한 매력. 어떤 작품은 자체적인 매력 대신, 작품 외부의 정황이 작품과 얽혀서 대대로 전해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후자에 해당하는 고전이다.


 독자가 주인공 베르테르에 이입할 정도로 주인공에 대한 소설의 치밀한 심리 묘사는 그 자체로도 이 소설을 뛰어난 작품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이 소설을 논하면서 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작품을 집어삼킬 정도로 충격적이며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죽음들이 이 소설에 얽혔기 때문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 독자들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여 그와 같은 최후를 맞이하려 했다는 해석. 이 책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아낸 것은 아니지만, 최후의 트리거로 작용하기에는 충분하다. 논리가 어떻든,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통용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마냥 베르테르의 애절한 순애보(殉愛譜)는 아니다. 감정에 지나치게 충실한 나머지 이성과 질서를 완전히 배제해버린 이난이 파멸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베르테르가 쓴 편지를 읽을 때에는 그의 처지와 감정에 공감되다가도, 편지를 엮어낸 편집자가 등장하여 담담히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베르테르가 얼마나 비이성적인 인물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괜히 더 비극적이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야 한다. 사람이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삶의 목적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해진다. 꼭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다면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대학교 2학년 때 나는 삶의 목표를 한 차례 확고히 정했다.


あなたが生まれた時、あなたは泣いてまわりは笑っていたでしょう。
だからあなたが死ぬ時には、あなたが笑ってまわりが泣くような人生を生きましょう。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웃고 있었겠죠.
그러니 당신이 죽을 때에는 당신이 웃고 주위 사람들은 슬퍼할만한 인생을 삽시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내 삶의 목표다. 그래서 오래오래 살기로 결심했다. 로체가 슬퍼할 것을 알면서, 그녀의 남편 알베르트의 권총을 빌려 자신의 이마를 날려버린 베르테르와 같은 선택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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