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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소니아 Feb 15. 2024

3번째 만남

일본여행 15일차(2024.01.29.월) / 배움의 쾌락

I. 안녕 교토

 1. 호텔 M's 플러스 시조오미야

교토에서 7일간의 여정이 끝나는 날이다. 내가 1주일간 신세를 졌던 숙소도 오늘 11시면 헤어져야 했다. 전날 밤에 입고갈 옷과 헤어스프레이, 왁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캐리어와 가방에 넣어놨기에 아침에 바쁘지는 않았다. 항상 숙소로 복귀후 방으로 올라가기 전 내가 앉아서 일기 작성 및 독서를 하던 호텔로비를 보며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교토에 오고나서 4일 정도는 로비에 나 뿐만 아니라 항상 노트북 2개를 들고와서 작업을 하던 백인 남성분, 그리고 구석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동양인 남성분이 함께했다. 그러다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나 혼자 남게되었다. 그러다 이제 나도 떠나게 되었다. 장소는 그대로지만 사람은 변하는 것. 장소가 만약 인간처럼 의지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장소가 '더 기버: 기억전달자'이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며 체크아웃을 하고 정든 숙소를 떠났다.


 2. 신기한 환승법

 교토의 숙소에서 오사카의 숙소로 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앞에 있는 오미야역에서 한큐 교토선을 타고 가다가 아와지역에서 내린 뒤, 그 자리에서 한큐 센리선을 타고 가다가 덴진바시스지로쿠초메역에서 내린 뒤 그자리에서 다시 기다린 후, 사카이스지선을 타고 나가호리바시역에서 내리고 5분 걸어가면 됐다. 오미야역에서 탑승했을 때 자리가 많아서 처음부터 앉아서 편하게 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변수가 생겼다. 내가 항상 아침에 먹는 2가지  ①일본판 하루야채, ②무릎관절 영양제(6알) 중 무릎 관절 영양제를 먹을 때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소변이 너무 마려워진 것이다. 더 이상 참기 힘들때 어디까지 왔는지 구글맵을 보니 첫 환승 지점인 아와지역까지 3정거장이 남아있고 정거장 수는 적지만 Km수로 볼때 참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바라키시역에서 내리고 화장실로 뛰어가서 소변을 해결한 뒤 다시 승강장으로 올라왔다. 다시 기차를 탈 때는 기차가 금방와서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운좋게 내가 탄 기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급행열차와 비슷한 기차였던 것이다. 중간에 3정거장을 건너 뛰고 바로 아와지역에 도착했다.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기차 혹은 지하철의 환승은 내린 후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승강장에서 내렸던 곳에서 그대로 서있으면 다른 기차들이 오는데 그 기차들의 종점이 어디인지가 뜨고 그 기차들의 노선도가 같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서서 오는 기차들의 종착역과 대략적인 노선을 보고 탑승했다. 많은 짐을 들고 오르락 내리락하지 않아서 매우 좋았다.


II. 탐험

 1. 오사카 입성

 나가호리바시역 7번 출구로 걸어올라와 5분 걸어 도착했다. 한 12시 10분 정도에 도착한 것 같다. 바로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싶었으나 체크인은 15시라 간단하게 설명만 받고 캐리어와 가방을 맡겼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대학들을 둘러볼 생각이였으나 대학들이 거의 대부분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지하철을 타야했다. 일단 배가 고프니 규동을 먹으려 했다. 마츠야나 요시노야를 검색해봤는데 좀 떨어져있었다. 가기 귀찮을 정도로 너무 배고파서 드그냥 근처 라멘집에서 라멘을 먹기로 했다. 내가 들어간 라멘집은 키오스크로 결제를 하는 집이였다. 버튼을 눌러도 결제단계가 진행되지 않아서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내 뒷자리에 앉아있던 40~50대 백인 부부중 남편분이 나에게 지폐를 넣는 곳을 가리키셨다. 그래서 나는 'Money first?'라고 물었고 남편분께서는 Of course~하면서 웃으면서 몇마디 더 하셨다. 대충 해석해보면 돈 관련된 모든일은 선불이 먼저이지않겠냐라는 내용이였다. 그렇게 도움을 받아 결제를 했고 나는 남편분께 따봉을 날리며 땡큐하고 자리에 앉아서 라멘을 기다렸다. 라멘은 된장라멘과 가라아게 세트였다. 짠 맛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맛있었다. 먹으면서 주변 대학을 검색해봤다. 대부분 지하철을 타고 가야할 거리였고 대학들이 거의 모여있으니 대학은 내일 가기로 했다. 라멘을 먹은 후, 일단 2시간을 때울겸 3km정도 되는 오사카부립중앙도서관에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예전에 2번이나 왔던 도톤보리를 지나갔는데 평일 낮인데도 여전히 관광객이 넘쳐나서 작은길로 우회해서 돌아갔다.


2. 오사카시립중앙도서관(大阪市立中央図書館)

오사카립중앙도서관은 매우 세련되었고 내부의 인테리어도 매우 깔끔했다. 공부하는 노인분들과 학생들도 많아서 보기 좋았다. 한국의 도서관에서도 그랬지만 일본의 도서관에서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공통점을 비추어볼때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하는 존재'라는 말이 떠올랐다. 1층에 앉아 내가 그동안 공부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1) 의 쾌락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하는 존재'라는 말을 들은 순간을 떠올려보면 내 기억상 처음 들어본 순간은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께 들었을 때이다. 나도 학창 시절에는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편은 아니였고 왜 공부를 해야할까라는 생각을 종종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 공부 안했잖아.'라는 말을 듣기에는 섭섭할 정도인 어중간하게 공부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지난 날의 이런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뼈저리게 후회했다. '아 어른들이 공부 열심히 잘 해야한다라는 이유가 있었구나.','괜히 어른들과 사회가 인서울 명문대를 외치는 이유가 있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했다. 지금도 아주 가끔하는 편이긴하다. 물론 구성원 모두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대학에서 만났던 동기의 대부분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 혹은 자기개발이라는 것에 대한 태도가 몹시 처참했다. 학문을 탐구하기 위한 대학에서 자기개발이나 학업을 게을리하는 학생들이 태반이였고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를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이였다. 물론, 내가 본 학생 중 많은 이들이 그렇다는 것이지 모두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참된 자세를 가진 학생들도 꽤 봤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학에 와서 수정한 현재 진로가 명문대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적 요소가 되어버렸다내 주전공인 '법학'을 배우기 시작하니 막상 재미나 흥미가 붙지 않았으나 성적은 상당히 좋게 나왔다. 그러다 공군장교가 되고 미래에 정치인이 될 사람으로서 '국제관계학'을 부전공으로 배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해서 시작한 '국제관계학' 부전공이 나에게는 너무 재미있고 흥미가 붙었다. 그동안 내가 해온 공부들은 모두 수동적이였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수동적이라는 것은 배운 내용을 더 끌어내서 내가 배웠던 내용들을 직접 찾아서 연결시키거나 참고 자료들을 직접 찾아보지 않고 그냥 시험범위인 교과서 페이지'만'보고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제관계학'은 달랐다. 배우면 배울수록 배운 내용에 관한 궁금증이 계속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님께 하는 질문의 양과 내가 직접 검색하는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한학기 한학기를 거듭할 때마다 '저번 학기에 배웠던 이 과목과 이 부분이 연결이 되네. 또 연결가능한 부분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찾기 시작하는 태도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비로소 나는 '배움의 즐거움'을 찾게된 것이다. 그리하여 2022년 2학기(3학년 2학기)에 공군 장교 4년 복무 후, 국제정치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국방연구원에 들어가 정치학자가 되리라고 진로를 수정했다.


 종종 몇몇 친구들이 나에게 이제 뭐할거냐고 물어볼때 나는 '운동 끝나고 나서 밥먹고 쉬다가 공부하러 갈거다.'라고 하면 그 친구들은 나에게 '공부가 재밌냐?'라고 다시 되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같은 답변을 해준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발견하고 모르는 그것을 공부함으로써 채우면 RPG게임에서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가 쌓이는 느낌과 같은 느낌이 들어 책 한권을 정독하고 나면 레벨업을 한 느낌이 들어서 끊을 수가 없다.'라고 말이다. 인간은 자신이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모르는 것(부족한 것)이 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보완 · 강화해나아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시절에는 이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보완 · 강화하기 위한 실행 유무가 성적, 명문대로의 진학으로 판가름이 난다면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그 사람 자체의 수준이 정해진다고 생각된다.


 2.체크인

 오사카부립중앙도서관에서 교세라 돔을 바로 가는 것이 일정이나 루트상 가장 최적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짐을 호텔에 맡기면서 가방에서 크로스백을 빼서 책과 테블릿을 챙기긴했으나 내가 우산을 맡기지 못해 해가 쨍쨍한 날 우산을 계속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오사카시립중앙도서관을 둘러보고 숙소까지 걸어가면 딱 15시가 되는 타이밍이여서 숙소에서 체크인하고 잠시 쉬고 우산도 갖다 놓을겸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는 내가 경험했던 일본의 숙소들 중 가장 컸다. 가격차이는 크게 나지는 않았지만 책상이 은근 넓었고 방의 공간도 어느정도 되어 팔굽혀펴기를 하기에는 괜찮은 정도였다. 방의 인테리어와 구조를 보고 나도 2028년에 전역하고 대학원 진학 후, 자취방을 이런식으로 꾸며볼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번 숙소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3. 교세라돔 오사카(きょうせらどーむおおさか)

 한국야구 밖에 안보는 나는 일본야구팀은 잘 모른다. 다 모르는 것은 아니고 '한신 타이거즈','주니치 드래곤즈','후쿠오카 호크스' 이름만 알고 어디가 연고지인지는 모르는 정도이다. 후쿠오카에서는 후쿠오카 호크스의 PayPay돔을 갔었지만 교토에서는 프로야구팀 경기장이 없어 현재는 고교야구용으로 쓰고 있는 경기장을 갔었다. 살짝 아쉬웠기도 했다. 숙소에서 검색해보자 경기장이 2군데가 나왔다. 한 곳은 오릭스 버펄로스의 홈구장인 '교세라 돔 오사카'이고 다른 한 곳은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한신 고시엔구장'이였다. 15시가 조금 넘지 않은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봤을 때, 두 곳을 모두 가기에는 한신 고시엔구장에 도착할때 쯤이면 해가 질 시간이였기에 교통비도 아낄겸 3Km를 걸어 교세라 돔으로 가기로 했다. 길은 가기 쉬웠다. 오사카시립 중앙도서관에서 좀더 직진하다가 다리 하나를 건너고 왼쪽으로 꺾으면 됐기 때문에 지도를 계속보면서 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교세라 돔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지점에서 후쿠오카 페이페이 돔과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백화점과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다. 후쿠오카 페이페이돔과 교세라 돔은 모두 계단으로 꽤 올라가야해서 에스컬레이터도 계단 옆에 있는 정도의 높이이다. 교세라 돔의 정문을 찾아봤으나 정문이라고 적혀있는 곳은 없었고 북문,동문,남문만 적혀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정문의 느낌이 나는 곳은 동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동문에서 보면 간판도 있고 구단을 홍보하는 영상이 나오는 모니터도 있고 팀스토어로 들어가는 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는 방법은 2가지이다. 2층으로 들어가거나 3층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현재는 비시즌이기 때문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2층과 3층을 모두 한바퀴씩 돌아봤다. 모두 백화점으로 연결되는 길, 다른 건물로 연결되는 길로 건축이 되어있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인 SSG랜더스도 2027년 청라에 백화점,호텔과 합쳐진 돔구장을 짓기로 했다. 정용진 구단주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장을 모티브로 삼아서 결정했다고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장의 모습을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백화점,호텔이 합쳐진 돔구장이라면 아마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했다.


 4. AEON 몰 오사카 돔 시티점

 교세라 돔을 다 돌아보자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교세라 돔과 연결이 되어있는 AEON 오사카 돔 시티점을 둘러본 뒤 그곳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여기서도 느낀 일본의 특징은 서점이 어딜가든 크다는 것, 2D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열려있다는 것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점을 찾아보기가 힘들고 서점이 사라져가는 추세인 반면 일본은 좀 규모가 있는 지하철역이나 일반 백화점 내부에도 서점이 모두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도 서점이 있고 대학 근처에도 당연하게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독서'를 많이하는 일본인들의 자세 한국인들도 배우면 좋을 것 같다. 우설 돈까스를 먹고 이번에는 왔던 길을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닌 약간 돌아서 가보기로 했다. AEON백화점에서 내려와 다리를 건너 사쿠라가와역, 오사카난바역 방향으로 쭉 걸어오는 경로를 택했다. 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기 전 본 야경도 아름다웠다.


5. 복귀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내가 일본에서 가장 선호하는 일본 체인점 카페인 'Caffe Veloce'를 먼저 들렸다. 카페 벨로체 난바 서쪽점(Caffe Veloce - Namba West)는 내 숙소까지 도보로 18분 거리였다. 이제는 15일차나 되어서 능숙하게 주문이 가능했다. 주문 후, 음료를 받아 벽을 바라보는 1인석에 앉아 갤럭시탭과 블루투스 키보드로 간략한 일기 초안을 작성하고 난바역과 도톤보리를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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