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 여기 살고 있을까?
영어, 중국어, 태국어가 뒤섞여 들려오는 카페에 앉아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어쩌다 이곳에 살고 있을까?’
어떤 여행지에서도 이런 긴장감을 느낀 적은 없었어요.여행자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가벼움이 있지만, 이곳에서의 저는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거주자’니까요. 월세를 내야 하고, 비자를 연장해야 하며, 아이의 학교 일정에 맞춰 하루를 꾸려야 합니다.
하교 후 영어로 빽빽한 리포트를 작성하는 아이를 보면 가끔 웃음이 나옵니다.
‘너, 영어 수학 학원 안 가고 여기서 뭐 하고 있니?’
한국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면 지금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빡빡한 시간표에 치여 학원과 숙제를 반복하던 아이가, 이곳에서는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알아서 마감 기한에 맞춰 과제를 제출합니다. 환경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는 걸 요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치앙마이 생활은 우연처럼 시작됐습니다.
아이가 6학년이던 여름방학,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외 캠프를 신청했죠.
"가서 신나게 수영도 하고, 외국 친구들도 만나보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보냈는데, 캠프가 끝나기도 전에 국제학교 진학을 결정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불과 석 달 만에 나라를 정하고, 학교를 답사하고, 입학시험을 치르고, 비자까지 준비했습니다. 무모할 정도로 빠르게 추진하는 제 성격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큰 변화와 결정에도 거부감 없이 발맞춰 준 아이가 참 대견합니다.
정보 하나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우리 가족의 치앙마이 생활은, 많은 분들의 경험담 덕분에 조금 덜 두려웠습니다. 블로그 글 하나, 카페 게시글 하나가 큰 힘이 되었죠. 그래서 이제는 저도 이곳에서의 경험과 배움을 조금씩 나누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