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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25. 2024

자본주의 보상구조의 이면

돈으로 거래된 일의 가치

얼마 전 나는 선물을 위해 100켤레의 양말을 샀다. 2개씩 넣어 포장을 해서 50개의 세트를 만들어야 했고, 두 아이들에게 포장 작업을 제안했다. 천 원씩 보상을 하겠다는 말에 첫째는 거절했고, 둘째는 흔쾌히 수락하여 30분 동안 열심히 포장했다. 일을 마친 둘째는 천 원을 받았고, 나는 첫째가하지 않은 나머지 작업에 대해 추가 천 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둘째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이천 원을 제시했더니, 둘째는 바로 일을 이어갔다. 그때 첫째가 다가와 "이천 원이면 내가 할게"라며 제안을 받으려 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둘째는 이미 한 번의 작업을 통해 포장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에 나머지 작업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첫째 아는 이 작업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배워가며 진행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첫째에게 이천 원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경험을 쌓은 둘째가 천 원을 받으며 남은 작업을 마무리했다.     


공정성에 대한 의문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자본주의의 보상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에서 보상은 능력과 효율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구조가 과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정한가?

자본주의에서는 경력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그에 반해 경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력이 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은 보상이지만, 그 적은 보상조차 포기하게 된다면 경력을 쌓을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      


차별적 보상의 불평등

이 시스템에서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가? 이러한 구조가 결국 사회적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차등 원칙'(difference principle)에 따르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라고 했다 자본주의의 보상 구조 역시 이러한 원칙을 염두에 두고 공정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보상 기준에 대한 재고(再考)

나는 다시 보상에 대한 기준을 고민하게 되었다. 보상은 흔히 돈을 뜻하지만, 성과와 효율성만이 그 기준이 되어야 하는 걸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성과 중심의 보상 구조가 중요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성장은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이라는 기준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이 체제에서, 돈보다 큰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왜 소외되는 것일까?

삶의 가치는 성과로만 측정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장과 발전의 과정에서 더 깊은 가치를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자본주의의 시스템은 결과와 성과에만 집중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가치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를 무시하는 현실은 개인과 사회의 장기적 발전에 해로울 것 같다.     


결국, 자본주의의 경험과 능력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아직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성장할 기회와 공정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공정성이 결여된 체제는 결국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그 결과는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의 회복

내가 경험한 작은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의 진정한 공정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돈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더 큰 가치를 잃지 않도록 말이다. 경제적 이익만을 쫓기보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기회와 공정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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