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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Nov 02. 2024

독서 시간은 언제가 좋아?

식탁에서 나눈 책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

식탁 위엔 고기 냄새가 가득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과 새우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그 향기는 가족의 저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감기에 걸린 아이들 때문에 오늘은 각자의 식판에 정성스럽게 음식을 담아 준비해 주었다. 아이들은 식탁에 수저 젓가락을 세팅해 두고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 아빠의 손길을 따라 음식이 차려지길 기다렸다.


“자, 우리 밥 먹자!” 아빠가 밝게 외치며 수저를 들었다. 아이들 또한 젓가락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짧은 식탁은 고기와 새우로 가득한 푸짐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식사를 하며 가족은 한동안 조용히 음식을 음미했다. 식탁에 흐르는 고기와 새우의 식감이 행복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아빠가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 집은 저녁 8시면 책 읽는 시간이잖아. 저번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지?” 아빠가 물었다.

예준과 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의 대화가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배우면서 우리 스스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나눈 기억이었다. 오늘은 아빠가 좀 더 구체적으로 책 읽는 시간에 대해 나누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아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책은 틈틈이 읽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시간이 많을 때 몰아서 읽는 게 좋을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예온이가 먼저 답했다.

“난 시간이 많을 때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아빠가 다정하게 물었다.

예온은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으며 씩 웃고 대답했다. “시간이 많으면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잖아. 짧은 시간엔 조금밖에 못 읽으니까.”

그 말을 듣고 있던 예준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둘 다 괜찮은데 굳이 고르자면  시간을 많이 두고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끊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을 수 있잖아 그러면 이해도 더 잘될 것 같고.”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준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맞아. 끊기지 않고 읽으면 더 몰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예온이는 어떻게 생각해?”

예온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간이 많으면 처음에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다시 읽을 수 있잖아. 그리고 그렇게 읽으면 너무 급하게 읽지 않아도 되니까.”

아빠는 그 대답을 듣고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구나. 여유를 가지고 읽으면 확실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또 다른 장점이 있을까?”

예준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음... 시간을 넉넉히 가지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 시간에 쫓기면 급하게 읽느라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을 테니까.”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럴 수도 있겠다. 마음가짐에서 차이가 생기겠지? 예온이는 형의 생각에 동의해?”

“네!” 예온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시간이 많으면 정말 중요한 부분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기와 김치를 한입 가득 집어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긴 시간을 내서 책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아이는 순간 말이 없었다. 고기 굽는 소리와 수저가 접시에 닿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예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공부를 빨리 끝내고, 노는 시간을 줄여서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예온이 형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근데 형은 공부 맨날 느리게 하잖아!”

예준은 얼굴이 붉어지며 재빠르게 반박했다. “아니야!”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예준을 격려했다. “그래, 예준이는 어려운 문제를 오래 생각하는 거니까 느리다고 할 수는 없지. 하지만 노는 시간을 줄이는 게 조금 아깝지 않겠어?”

예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아빠는 이번엔 예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예온이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고 싶어?”

예온은 고개를 들며 신중하게 말했다. “하루 종일 책만 읽는 날을 만들어야겠네!”

아빠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좋네! 하지만 하루 종일 책만 보면 힘들지 않겠어? 조금씩 계획을 세워서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예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조금씩 계획을 세우면 하루 중에 쉬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아빠는 고기 한 점을 천천히 씹으며 말했다. “좋아 시간이 많을 때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많겠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을까?”

예준은 잠시 고민하며 말을 이었다. “단점이라면… 시간을 많이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할 일이 많으면 결국 잠자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겠네.”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맞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까... 그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예준은 잠시 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틈틈이 읽어야겠네. 짧게라도 꾸준히 읽으면 진도가 나가니까.”

아빠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런데 예준아, 아까 틈틈이 읽으면 집중이 안 될 것 같다고 했잖아. 괜찮을까?”

예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음... 그것도 맞긴 해요. 그러니까 시간을 정해두고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맞아 시간을 정해두고 꾸준히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그런데 예온아, 밥 먹을 땐 책을 보지 말고 밥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그리고도 계속 책을 보며 밥을 먹었다.


식탁 위엔 이제 고기의 김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아이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생각을 깊이 있게 나누었고 아빠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았다. 시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지만 모두가 독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공감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파서 많은 더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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