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 나태해진 나를 잡아줄 빌런이 아닌 은인.
나의 취미이자 운동 루틴에는 '복싱'이 있다.
복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적부터 불의를 보면 너무나도 잘 참고,
학창 시절 불합리한 대우에도 너무나도 관대하던..
소심하고 소극적인 스타일이 고착되어 성인이 된 30대까지 이어져왔다.
이미 몸에 익을 대로 익은 소극적이고 소심한 스타일이 너무 싫었고
이런 답답한 모습들을 탈피하고자 복싱을 시작했다.
복싱이라는 것은 상대방과 펀치를 주고받는 격투기다.
불합리한 상황에 다른 사람을 때려 나의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 시작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자성어인
An iron hand in a velvet glove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게 보이나 속은 곧고 굳셈을 의미하는 한자성어다.
- 나무위키 펌 -
내면이 강하면 이제껏 행해오고 굳은살처럼 박혀있던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이 바뀔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고, 그로 인해 예전부터 동경했던 스포츠인 복싱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나는 복싱을 한 햇수로 2년 혹은 살짝 넘어가는 경력이 되었다.
2년의 기간 동안 열심히 했더라면 훌륭한 직장인 복서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2년 차더라도 일주일에 2~3회 출석에 1시간가량 운동을 하면서 조금 설렁설렁? 하는 경향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과거를 돌아보면,
첫째, 주먹에 대한 기피감이 있어 일명 '약해보이기'를 시전 했었다.
이렇게 하면 스파링을 피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둘째, 실력보다는 습관을 들이려 운동량은 적더라도 꾸준히 하자는 마인드로 임했었다.
둘째에 해당하는 긍정적인 요소인 습관은 들였지만,
안타깝게도 첫째의 '약해보이기'가 스타일상 굳어져 버려 설렁설렁하는 시간이 계속 돼왔던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나는 2024년의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할당했던 운동시간을 보상받고자 6월 무렵 복싱대회에 나가기로 다짐했다.
왜냐면 설렁설렁하더라도 2년이라는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나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컸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로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성인반 회원보다는 학생 회원이 많아 상대평가상 가늠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학생들이 실력이 떨어지거나 못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 와중에 은인을 만났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동안 못 나오셨지만,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던 성인 관원이 있었다.
그분께서 복귀한 첫날, 오랜만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익숙했던 약속 겨루기를 했다.
약속 겨루기라 해서 나는 살살, 약하게 약하게를 시전 했었는데 그분은 일명 '쎄게충'이었다.
'쎄게충'이 무엇이냐?
사전적 정의가 없어 뇌피셜로 풀자면, 대회가 아닌 스파링이나 겨루기에서 필요이상으로 강도를 세게 하는 사람이다.
약속 겨루기를 하는 도중에 세게 세게 해서 나는 많이 당황했다.
본인은 내가 세게 하고 있다고 인지를 못하거나 혹은 본인 입장에선 강도가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평소와 다른 약속 겨루기에 내 어깨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숨도 가빠오고 알게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나를 보았다.
약속 스파링 당시에는 기분이 조금 상하고 나쁜 감정이 들었었다.
하지만 스파링이 끝나고 난 후는 오히려 좋았다.
6월 이후 대회를 나가보겠다고 다짐한 나에게는 대회의 강도와 주먹의 맛?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는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내 것을 못하고 여유가 없는 나를 발견하고는 오히려 잘됐다고 느꼈다.
사회생활인 회사생활도 마찬가지다.
나는 현재 10여 년간 일했던 부서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는 부서로 옮긴 지 3개월 차다.
이제는 일을 배우는 단계에서 실무를 하나씩 맡게 되는 위치에 있다.
팀 업무는 잘 모르지만 일명 회사에선 짬밥이 있고 먼저 일하던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3개월 교육기간에는 아무런 압박 없이 편안하게? 회사생활을 했던 것 같다.
웃음도 크게 웃고 팀원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며,
나는 일뿐만 아니라 소통도 잘해서 미래의 참 일꾼이오라는 인식을 심어줄만큼
정치적으로도 여유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실무를 접하고 과제를 얻고 하니 부담이 되고,
멀리서 만치 쉽게 보이던 일이 갑자기 복잡해 보이고 가슴이 답답해지더라.
내가 알고 있었다고 착각했던 쉬운 업무들도 버벅거리고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국은 같은 질문을 또 하게 되고 되묻고 하다 보니 미래의 참 일꾼이오라는 이미지가 나는 덜렁이요라는 이미지로 바뀌는 것 같더라.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어렴풋이 알던 것도 다시 한번 복기하게 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결론은, 외유내강이다!
겉으로는 유하지만 내면은 강한..
위의 상황들을 빗대어 보면,
복싱으로서는 세게 하는 스파링도 여유 있게 받아들이고 나 또한 편한 마음으로 받아치며,
회사에서는 웃음과 대화가 넘치지만 일을 잘하고 후배들을 이끄는 일잘러가 되는 것이
외유내강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