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회성이 부족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세상의 모든 나에게.
오늘 아침,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후배와 대화를 했다. 그 대화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예전의 대화 주제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사회생활을 해온지라 차분히 들어보았다.
스물여섯이든 서른이든 사회에 뛰어든 이상, 이들에겐 어느 정도 사회적 능력이 요구된다. 뛰어난 능력이라기보다는 업무처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며 엘리베이터에서 한 마디 건네보고, 자연스레 내 편을 늘려가고 하는 그런 것 말이다.
난 사람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한다.
원래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수년 전 어느 CD 님의 지적으로 그때 충격을 받아 그 증상이 매우 심해졌다. '나는 사람을 잘 못 대하는구나' '나는 사회성이 한참 떨어지는구나' 물론 그전에도 나머지 사회성은 부족했다.
그냥 기본적인 업무 능력을 갖추고 나와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닐까. 굳이 회사에서 친구를 만들어야 하고, 꼭 엘리베이터에서 정적을 깨기 위해 말을 걸어야 하며, 꼭 회식에 참석해서 모르는 사람들과 술 취한 채 이야기를 나눠야 하나? 라는 내 굳건한 개인적 성향 때문에 더더욱 사회성은 생길 리 없었다.
하지만 사회성은 필요하다.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 도 맞지만, 그 일을 하는 건 결국 사람이고 사람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는 존재이고 서로 교감을 하면 더 생겨날 시너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시너지가 더욱 필요한 업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개썅마이웨이! 친구 필요없어! 는 아니고, 나름의 노력은 하는 중이다. 내 원래의 성향을 죽여가면서 억지로 웃고, 억지로 말 걸며 말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오늘 아침, 나에게 건넨 말이 있다.
사회'성'이 아니라 사회'력'이라고 생각해보자는 거다.
누군가에겐 글자 하나 바꾼 말장난으로 보이겠지만 나처럼 개썅마이웨이but소심인에게는 그 다르게 생각하는 관점 하나가 매우 중요했다. 사회'성'이라고 하면 누군가 정해놓은 높은 수치나, 나에게 없는 성질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에, 사회'력'이라고 하니 레벨 쌓기 게임처럼 갑자기 쉽게 느껴졌다.
그래. 난 사회생활을 이제 시작했으니 0이 당연한 거고, 쌓아나가면 포인트 쌓이듯 누구나 쌓는 거겠지. 그리고 나도 시간이 지나고 많이 경험하다 보면 고수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겠지. 경험은 쌓이는 거니까.
그래. 내가 잘못된 환경에서 자랐고 잘못 키워졌던 게 아니라, 이제 출발했으니 그런 거겠지. 부족한 게 당연한 거지. 그리고 나중엔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적이거나 내향적이고 소심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리고 그것은 연결과 소통이 필요한 사회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후배의 엉뚱하지만 깊은 한 마디는 그런 내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다시 나에게 '너는 사회성이 부족해'라고 지적을 한다면
"지금은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천천히 쌓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