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피커가 밖에 달린 게 아니라 안에 달린 건지도 모른다.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좋아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신기하게 몸이 먼저 거부한다 (긴장, 어색)
그런데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에겐 엄청나게 외향적이다
이것은 나의 성격인데,
아마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광고회사를 5년째 다니는 중인데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광고인은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고
크리에이티브하고,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럴 것 같지만 (그런 사람도 많다)
난 조용히 구석에서 끄적끄적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렇다고 관심받기 싫어하는 건 아니다. (대답해 내 안의 관종력)
'나'보다는 '내가 만든 것'에 사람들의 시선이 가는 걸 즐길 뿐.
문제는 사회생활이다. (내 기준의 멋진 사회생활)
1. 부장님이 쏘아 올린 농담에 센스있게 대답해 폭소를 자아내고
2. 커피 타임 중간에 찾아오는 정적을 활기차게 바꿀 능력을 갖고 있으며
3.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주말엔 뭐 하셨어요? 라는 인사를 능숙하게 건네는 것
내가 어려워하는 것 세 가지.
누구도 나에게 강요한 적은 없으나, 이런 것들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건네고 대화를 이끌어가며 자신의 매력을 잘 표출시키는 사람.
동시에 주변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혈관이 확장되어 온몸이 빨개지고
평소엔 더듬지도 않던 말들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유아적인 단어 선택에, 대화에 끼어들 타이밍도 놓쳐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아 써놓고 보니 정말 찌질하다..)
난 만들어질 때부터 그런 기능은 없었던 거다.
이걸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럴 땐,
앞서 첨부했던 이미지는 일본영화 <더 코다이 패밀리>인데,
여자 주인공은 말주변이 없고, 소심하고 소심해서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녀는 상상력이 뛰어나고 풍부하다. 거기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는다.
(그리고 잘생긴 남자랑 결혼해)
이처럼, 우리 같은 사람은
스피커가 밖에 달린 게 아니라
안에 달린 건지도 모른다.
나에게, 스스로에게 더 할말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궁금해하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민해보는 과정을 겪는 나는
잘못된 게 아니라 원래 다르게 생겨먹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소심하고 찌질한 나를 더 좋아하기로 해본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원래부터 고장난 적이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