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다.

구름은 흐른다

by 김편지


작년, 재작년에는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외출하기가 겁이 났었던 것 같은데, 올여름 더위는 이상하게도 뉴스나 매스컴의 이야기처럼 숨이 막힐 것 같지는 않았다.

친구가 하는 말이 이제 나이가 들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 갱년기. 너 도착했니?>

오히려 땀을 내고 싶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겁나지 않아 좋다. 그러는데 오늘 아침은 오호~ 진짜 선선해졌다 싶다.



9월.

퇴근을 하면서 보니, 해가 조금씩 조금씩 짧아지는 중이다.

퇴근하고 딱 큰길로 나오면,

가슴, 페에 자동차 매연이, 마치 피톤치드라도 된듯, 가슴이 활짝 펴지는 기분.

나만 이래?


초보딱지는 아직도 붙이고 있지만, 퇴근하며 하늘을 보는 여유가 이제 조금은 생겼다.

구름이 눈에 띄게 빨리 흐르고 있었다.

구름 뒤에 하늘은 그야말로 도화지 같은 변하지 않는 푸른 하늘색이다.

하늘은 마치 표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꽤 험상 궂은 날도 있고, 어느 날엔가는 천국이 사진으로 찍힌 것처럼 평화로운 날도 있다.

보통은 토끼구름, 나비구름, 뭉게구름 찾다가 하늘 보기는 끝인데 이 날 따라 눈에 띄게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구름이 딱 그림처럼 멈춰 있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사실 구름은 흐르고 있다.

구름 좀 낀 날이 있다고 한 들 구름은 보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그 뒤의 하늘은 그저 있지만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세월이 흘러가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슬비처럼, 소나기처럼.. 흘러가는 구름인데...

이깟 구름이 좀 낀들. 구름은 그냥 구름이었다.


나는 그저 하늘 아래서 사는 그저 조무래기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속이 좀 상한 일이 있다 한들, 걱정 근심은 그냥 흘러가는 구름 같은 것이었다.


저 혼자 흘렀다가 다시 찾아왔다가 또 지나갔다가 또 왔다가 하는 것인데, 그 험상궂음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지 구름의 옷깃까지 뒤집어 볼 필요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형광등처럼 반짝하고 떠올라서 자꾸 하늘을 보게 된다.

가을이 무진장 기다려진다.

“와, 가을이 되니 하늘이 높아진 것 봐.”라고 올 가을은 하늘의 높이를 눈대중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