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5년을 살고, 네덜란드로 떠나온 지도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정든 이웃들의 진한 배웅을 받으며 낯선 땅으로 향하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사하고, 함께 밥을 먹고, 희로애락을 나누던 소소한 일상들이 전부였지만,
우리에게는 그 모든 것이 곧 삶이었기에,
그 삶을 함께 나눈 만큼 이별은 마치 내 삶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허전했으리라.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사랑하고, 눈물로 보내준 그들이
1년이 지난 지금도 눈물 나도록 고맙다.
쌀쌀했던 네덜란드에서의 첫날 밤,
내가 딛고 선 두 발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힘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 앞으로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게 하는 힘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랑의 불씨와도 같았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 이 사랑 흘려보내리라 다짐하게 된 것은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그저 그들이 보여준 삶 덕분이었다.
그렇게 어느새 그리움과 새로운 삶이 잘 비벼지는 동안,
날씨처럼 차갑고 삭막할 것만 같던 이곳에도
인사하고, 함께 밥을 먹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작지만 따뜻한 일상들이 하나둘 채워져 간다.
사랑은 분명 모든 것의 시작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조건 없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일 아닐까.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