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밟지 않았다고 말하는 일

by 오마롱



영화 <우리들>을 보고 며칠 동안 마음이

오래 젖어 있었다.
특히 마지막 피구를 하는 장면
금도 밟지 않았는데, 밟았다고 몰아세우는 아이들.
그 억울한 친구를 위해 주인공 아이가 말한다.
"안 밟았어. 나는 봤어."

그 순간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어린 내가 끝내하지 못했던 일을
그 아이는 해내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조용한 아이였다.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살피며

상처받지 않는 쪽을 골랐다.


누군가 소외되는 장면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아이의 옆에 서는 건 곧 나도 혼자가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그 교실 안에서는 모두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침묵했고, 외면했고, 모른 척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까지

그때의 부끄러움이 가끔씩 찾아온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돌이켜보면 나는 무력했지만 무감각하진 않았다.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은 생존법을

아이 스스로 터득해야 했던 시절.

외로움도 억울함도 분노도 죄책감도

모두 정당한 감정이었다는 걸 지금은 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과거를 다시 쓰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저 그 시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한 기록이며

묵묵히 버티고 있던 나에게-

내 눈앞에서 외면당했던 그 아이에게-

늦은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


"넌 괜찮은 사람이야.

미움받을 이유는 없었어."


그 말이 사실 나 자신에게도 필요했다.


그리고 이 글은

지나간 마음을 조용히 꺼내어

연대의 손을 내미는 일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비로소 글로 꺼내는 지금

나는 내가 조금 달라졌다고 느낀다.


영화 속 그 아이처럼

이제는 나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아이는 금을 밟지 않았어요.

나는 봤어요."


그렇게 아주 늦은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