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이유

by 오마롱


지겨운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해는 내게 유난히 길었다.
조용히 하루하루를 버티던 나날들.
그 끝자락에서 학기 초 '중심의 무리' 속에서

함께 어울리던 한 아이가 다가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
잠시 망설이던 그 아이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너.. 왜 우리랑 멀어졌는지 알아?"

당황스러웠다.
정말 내가 알고 있는지 궁금했던 건지
이제 와서 굳이 알려주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진심으로 이유를 몰랐던 나는 솔직하게 물었다.

"아니. 모르겠어. 나 뭐 잘못했어?"

그 아이는 짧은 침묵 끝에 이렇게 말했다.

"기억나? 수련회 가기 전에... 장기자랑 같이 하자고 했었잖아. 근데 네가 싫다고 했다며.

그냥 같이 한다고 하지 그랬어."

그게 이유였다.
장기자랑.
기억조차 흐릿한 흔한 학교 행사 하나가
거의 1년 가까운 소외의 시작이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 상처를 준 것도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장기자랑에 함께하기 싫다고 했을 뿐이다.

내성적인 나는 무대에 서는 게 불편했고

그전에도 그 후로도

그런 자리에 선 적이 없었다.


그 사소한 거절이 '우리'라는 이름의 무리를 배신한 행위로 간주되었고 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배제된 것이다.


그 말을 해준 아이의 진심은 전해졌다.

미안해하는 표정, 그동안 나와 눈 마주치는 일조차 눈치를 보아야 했던 시간의 무게가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스며 있었다.

그러니 나만 죄책감을 품고 있었던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아이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날 밤 마음이 이상할 만큼 가벼워졌다.

이유 없이 미움을 받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이없지만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이상하게도 안도하게 했다.


그 아이의 말은 이런 뜻이었다.

"넌 우리와 어울릴 수 있었어. 다만 정해진 규칙을 어겼을 뿐이야."

지금 돌아보면 우습지만

그 시절의 규칙은 그렇게 어설프고 무서웠다.


그리고 그동안 내 마음 밑바닥에는

전체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를 보며 불안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혹시 나도 다른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나는 그 아이를 동정하면서도 방관했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 아이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 것이다.


장기자랑 제안을 거절한 일이 어떤 아이에게는 무리를 거스른 신호처럼 보였을 수 있다.

우정도, 호의도, 교실 안의 위계도

엉성하고 애매한 규칙 위에 놓여 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한 시절이 지나갔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조금은 쓸쓸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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