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률 낮은 인간의 변명

by 오마롱


전자책 플랫폼을 처음 접했을 때, 두 달쯤 구독하다 말았다. 단 한 편을 완독 한 것이 전부였다.
그때는 독서 자체를 거의 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그날 밤 당장 읽고 싶었다.
하루 걸리는 책 배송을 기다릴 수 없어서 전자책을 찾았고, 그렇게 나는 급발진했다.
당장 보고 싶었던 인간실격을 두 달간 붙잡고 있다가 조용히 접었다.

그로부터 몇 해가 흘렀고 얼마 전 통신사 멤버십 혜택 목록에서 그 플랫폼의 이름을 다시 마주쳤다.
이번에는 독서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구독을 눌렀다. 그렇게 전자책과의 두 번째 만남이 시작되었다.

책을 손에 들고, 자세를 고쳐 앉아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일. 그 오랜 독서의 의식은 휴대폰 한 대 앞에서 흐릿해졌다.
책상도, 의자도 필요 없다. 생각이 날 때마다 손가락 몇 번이면 책이 열린다.
집중은 자주 흐트러지지만 접근은 놀랍도록 쉬워졌다.
읽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시대.

전자책은 그렇게 편리하고, 또 그렇게 가볍다.

전자책 앱을 여는 일은 넷플릭스를 여는 것과 닮았다.
책을 고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정작 읽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이것도 재밌어 보이고 저것도 궁금해서 내려받지만 페이지는 몇 장 넘기다 그대로 멈춘다.

그렇게 완독 하지 못한 책들이 목록을 채운다.

사실 종이책을 읽을 때도 나는 여러 권을 동시에 펼쳐놓는 사람이었다. 산만한 독서 습관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전자책이 나와 맞지 않는다기보다,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일 것이다.

지금은 책도, 영화도, 음악도 모두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시대다.
고르고 헤매다 끝나는 날이 더 많지만, 그 속에서도 가끔은 뜻밖의 문장을 만나 밤을 새운다.
그 한 권이 무너져 있던 집중력을 잠시 붙들기도 한다.

나처럼 책과 친하지 않고, 집중력이 부족하고, 끈기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으로도 충분한 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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