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대기업을 꿈꿉니다.
삼성을 꿈꾸고, 현대를 꿈꾸고, SK를 꿈꿉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직장입니다.
하지만 막상 대기업에 입사한 뒤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복에 겨웠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저의 첫 직장은 작은 조선소였습니다.
‘갑’보다는 ‘을’에 가까운 회사였습니다.
회사 시스템은 미비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일을 맡았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그레이존’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의 일인지, 어느 부서의 일인지 분명하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질 여유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돌고 돌아 제 일이 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분명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보낸 3년은 아직도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지금은 조금 더 큰 회사로 출근합니다.
이번에는 분명한 ‘갑’의 위치입니다.
몸은 편합니다. 너무 편합니다.
‘그레이존’이 생기면 서로 맡지 않으려 의견이 부딪힙니다.
어떻게든 일을 밀어내기 위해 애씁니다.
일을 잘하려는 노력보다 일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눈에 띕니다.
몸은 편하고, 그에 비해 월급은 많으니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재미는 없습니다.
보람도 크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발전도 느끼기 어렵습니다.
직업인으로서 전문성을 키워야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 상태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변명할 말도 없습니다.
직장은 배움의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역량이 나이가 들수록 빛을 냅니다.
대기업에서는 역량을 키우기 쉽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시스템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과 구성원의 업무는 극도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곳이 대기업입니다.
옆 사람은 인형의 눈을 붙이고, 나는 코를 붙입니다.
다른 동료는 입을 붙입니다.
내가 눈을 붙일 필요도, 입을 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때로는 코조차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 누군가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을’의 회사는 다릅니다.
나의 존재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과장하면, 한 사람의 역할이 회사의 존망을 가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래도 대기업이 돈은 많이 주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대기업은 분명 돈을 많이 줍니다.
초기 대우는 ‘을’이 ‘갑’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갑’의 소득 상승 곡선은 완만해집니다.
반면 ‘을’의 소득은 실력에 따라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명심해야 합니다.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을’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