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없이 살아남기

by 오분레터

남들이 다 가는 대학에 가기 위해 1년 동안 재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은 없었습니다.


다들 가니까 ‘나도 가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럭저럭 대학을 졸업했고


그럭저럭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직장 생활 18년 차입니다.


그동안 두 번 이직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매번 연봉을 높이며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술술 풀리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구매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합니다.


높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공급사는 제 말에 고개를 숙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갑'의 위치에 있습니다.


때로는 제가 뭐라도 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회사 명함 뒤에 숨어 있을 때만 그렇습니다.


회사 이름을 빼면 제게 무엇이 남을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회사에서 맺은 인맥도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첫 번째 직장과 두 번째 직장에서 알던 사람들 가운데


지금도 연락이 이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제가 잘못 살았을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어쩌면 다들 잘못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 생활 20년 차에 가까워질수록 불안은 커집니다.


나이 들수록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내년에는 저보다 어린 직원이 팀장으로 옵니다.


잘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직장으로 옮기며


회사 생활의 부질없음을 깨달았습니다.


7년 전의 일입니다.


5년 전에는 아내와 함께 개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약 4년간 운영했고,


올해 초 글쓰기에 집중하기로 하며 폐업했습니다.


몇 백만 원을 들여 부동산 경매 강의를 듣기도 했고,


법원에 가서 입찰서를 제출해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해외 주재원 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영어권 국가에서의 경험과


회사 밖에서도 살아남을 제 실력을 키울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의 일상을 매일 블로그에 기록할 계획입니다.


목표는 2년 안에 파견 나가는 것입니다.


주재원 생활 4,5년 뒤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회사 밖에서도 '나'로 존재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