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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쉬어갈 수 있는 여유

by 오분레터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경남 진주에 있는 처갓집에 다녀왔다. 진양호에서 흘러나오는 남강은 도심을 가로지르며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과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나는 이곳에서 자주 자전거를 타거나 최근에는 러닝을 즐기곤 한다.


이날은 특별히 더운 날씨도 아니었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다. 평소처럼 러닝복과 운동화를 미리 챙겨 내려갔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에게 지킨 약속이자 루틴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마음속에 불안함이 있었다. 지난달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무릎에 통증이 남았는데, 그 통증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뛰기로 결심했다. 달리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할 것 같았다. 달리는 동안 내가 느끼는 성취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남강을 따라 조심스럽게 6km를 달렸다. 강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바람은 시원하게 귓가를 스쳐 갔다. 실내에서 하는 러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었다.


러닝을 마친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인어른이 물으셨다. "자네, 무릎 아프다면서 또 뛰었나?" 아내가 미리 말씀드린 모양이다. "네, 살살 뛰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인어른의 '속사포 랩'이 시작됐다. "과유불급이야. 무릎은 한 번 망가지면 고치기 어렵네... 내가 아는 사람도 젊을 때 무리하다가 평생 고생했지..."


그 말씀을 듣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샤워실로 향했다. 장인어른의 걱정과 조언이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속사포 랩'은 언제나 나를 지치게 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혹시 내가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무릎이 망가지면 평생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과유불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 며칠간 달리지 않기로 했다. 꾸준함이란 단순히 무작정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돌아보고 멈출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쉬는 것도 하나의 훈련이고, 때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쉬는 것을 잊곤 한다. 마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멈추면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멈추는 것이 더 큰 힘을 위한 준비가 될 수 있다. 쉬어가는 시간, 재장전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분명히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 있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출발을 위한 준비일 뿐이니까.


쉬고 나면, 더 강해지고, 더 현명해질 수 있다. 결국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나의 경험을 통해 말하자면, 진정한 꾸준함은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전진하는 것이다. 때로는 멈추고, 잠시 쉬는 것도 하나의 강한 결단이다.


지금 만약 여러분이 힘들고 지쳐 있다면,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그 쉼이 바로 당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 그 시간이 당신을 더 단단하고,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그리고 다시 달릴 때, 그 속도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그러니 잠시만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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